鄭, 28일 예정된 당무위 다음 달 5일로 연기당규 개정에 친명 '분개'에 가처분 소송까지암초 만난 鄭 … "명·청 갈등서 한 발 물러난 꼴"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선거에서 권리당원 1인 1표를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의 최종 처리를 결국 다음 달로 미루기로 했다. 당 안팎에선 당규 개정으로 인해 비화한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가 한 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조승래 사무총장은 브리핑을 통해 "1인 1표제 도입 등 당헌·당규 개정에 대체로 동의가 됐으나, 일부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 위해 중앙위원회를 28일에서 12월 5일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 오는 2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날 당무위에서는 고성이 오갈 만큼 격론이 이어졌고, 결국 정 대표가 중앙위 일정 수정안을 직접 발의했다.

    조 총장은 "의견을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룰 개정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의 공개적인 반발을 사는 등 '명·청 갈등'이 재연됐고, 결국 이번 명·청대전에서는 정 대표가 제동이 걸린 것이란 정치적 견해가 나온다.

    최근 정 대표는 전당대회 때부터 공언했던 '당원 주권 시대'를 구현하겠다며 '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는 정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대의원제를 유명무실화하고 당권 연임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확산했다.

    이는 정 대표가 지난 8·2 전당대회 당시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시·도당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으로 구성된 대의원 투표에서 박찬대 후보에게 밀렸던 전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 대표는 '당원 투표'로 뒤집어 압승해 고관여·강성 당심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왔다.

    아울러 정 대표가 '전국정당화'를 고려한 이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정 대표의 주장대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당 대표를 지낼 당시 대의원의 권환을 축소하고 당원 비중을 강화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결국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대의원제'를 명목상으로나마 유지했는데, 이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대의원의 무력화는 결과적으로 현역 의원들의 힘을 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당내에서는 권리당원 인구가 많은 호남 지역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면 민주당이 '호남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정 대표가 하필 이 대통령의 중동·아프리카 순방 기간 잡음을 내면서까지 당헌 개정을 밀어붙인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대통령 순방 중에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이느냐' '당원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라며 정 대표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결국 이날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가처분 소송' 절차에 돌입했으며, 이들은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이 폭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불만은 그간 수차례 불거진 대통령실과 정 대표의 정치적 마찰로 인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추석 전 밀어붙이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속도 조절론'과 '신중론'이 나왔다.

    다만 지난 8월 20일 이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가진 뒤 '추석 귀향길 검찰청 폐지 뉴스'에 공감대를 확인하면서 사실상 정 대표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처리 과정에서도 양측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재계와 언론계에 예민한 사안인 관계로, 여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처리가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정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이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수술대 위로 살살 꼬셔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배를 갈랐나 보다,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과속 개혁'이 국민적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인내는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치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당 지도부가 '재판중지법' 추진 방침을 밝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입법 추진을 공개적으로 멈춰세웠다.

    강 실장은 "나와 관련된 입법을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집권 초기 이른바 '허니문' 기간에는 여당의 신임 대표에 힘을 실어주며 '원팀 정신'을 중요시했던 대통령실이 결국 최근 들어서는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 행보에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당에 힘을 많이 실어주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자꾸 이렇게 엇박자가 나니 기저 지지층이 분화하고 당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더이상 정 대표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책 속도와 방향의 온도 차이에서 비롯된 대통령과 당 대표의 갈등이 당내 세력 문제로 커지면, 지지 기반이 취약해져 국정 동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사례도 언급되고 있다. 전임 정부는 대선 승리 직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반목하는 사태가 이어졌고, 결국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전개됐다.

    윤 정부는 이후 반복된 여당 지도부 교체, 지지층 분열, 국정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고, 총선 참패·비상계엄·탄핵 국면을 거쳐 이 대통령에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 정부와 단순 비교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지지층이 갈라져 여권이 와해되면 정 대표 스스로의 입지가 축소되고 종국에는 본인의 정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 대표도 모르지 않기 때문에 계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