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통령 순방 기간에 與 법사위원들 강경 대응김병기 '분노' … "뒷감당 알아서 하라 그러라"
  •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당내 강경파의 '각자도생' 움직임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반발' 검사장 18명을 전격 고발하기로 한 가운데, 김병기 원내대표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하필 대통령 순방 기간에 지도부와 상의 없이 이뤄진 돌발 조치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와 논의가 없었고 아직까지도 논의가 없다"며 "고발 건과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고 법사위 차원에서 논의해서 추진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검사장 고발 등 당내 강경 움직임에 대해 '속도 조절론'을 묻자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는, 외교적인 순방도 민생과 직결된 만큼 순방 내용, 성과들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전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 전원을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 행동으로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 조직의 기강과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들의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협의도 없이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예민한 이야기는 정제돼서 올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답변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청래) 대표도 모른다. 얘기도 안 하고 자꾸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라면서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알아서 하라 그러라. 뒷감당 거기서(법사위) 하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범여권 법사위원들의 고발 조치와 그 시점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은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라는 상황과 맞물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뉴욕 UN총회를 방문한 지난 9월 말에도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지도부와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가중됐다.

    특히 일부 인사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고 강성 지지층의 당심을 공략하기 위해 개별 행동을 불사하는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면서 원내지도부 또한 그립감이 약화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 때마다 당내 강경 세력의 발언과 행위로 인해 '대통령의 시간'이 묻히는 일이 반복되자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신중론'을 당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이 (해외) 나갈 때마다 (당에서) 이상한 얘기를 해서 대통령 성과가 묻히는 경우를 없애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법사위 측은 검사장 고발 조치가 시급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 법사위원인 김기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공무원이 이렇게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집단 행위 한 것에 대해서는 엄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후에도 검사들이 정치 세력화하는 데 어떠한 대응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의견이 모아져서 그렇게 고발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내 원내부대표이기도 한 김 의원은 이번 고발 결정이 원내 지도부와 교감 없이 이뤄진 데 대해서는 '모르쇠'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저희가 토론할 때는 그게 원내 지도부와 논의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은 안 했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결론이 나면 그것이 간사라든가 위원장께서 원내 지도부와 교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 부분까지 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기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 핵심으로 평가받는 김영진 의원은 법사위원들의 검사장 고발에 대해 "항명인지 아닌지 법원 판단을 받으려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김 원내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확대해석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는 "원내대표는 전체 정국을 관리해야 하기에 그러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소·고발은 법사위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