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순방인데 … '전 당원 투표'로 혼란 초래'딴지일보=민심' 발언도 논란 … "교주 모시나"APEC 땐 '재판중지법' … 대통령실이 나서 제지'조희대 블랙홀'로 李 뉴욕 방문 관심 줄어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종현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당원 투표' 문제로 논란을 야기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필이면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맞물려 또다시 불필요한 잡음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부터 20일 양일간 '당원 주권 확립'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 관련 권리당원의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투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동일하게 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권리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에서 '참고용 권리당원 의견 수렴'으로 표현을 바꾸면서 한 차례 혼란에 빠졌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6일 웹 포스터 공지를 통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민주주의 실현 및 당원 주권 확대를 위해 이와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신설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시행하고자 한다"면서 "(투표 참여 대상은) 2025년 10월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약164만7000명)"이라고 안내했다.

    통상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할 때 최소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들에게 투표 권한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민주당의 공지 탓에 '10월 한 달만 당비를 납부해도 투표할 수 있다'는 식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는 지탄이 나왔다.

    여기에 정 대표가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주 19~20일 이틀간 1인1표 시대,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발언하면서 투표 자격 기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권리당원 투표권 문제로 항의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 잇따랐다. 이언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서도 "갑작스러운 (권리당원 투표) 기준 변경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조승래 사무총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 등 정 대표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이번 투표는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이 아니고 전 당원 의견을 수렴하는 여론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오해가 생긴 부분에 대해 당원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자 정 대표를 향한 당내 일각의 시선은 냉담하다. 하필 이 대통령의 중동·아프리카 순방 기간과 맞물려 논란을 빚은 데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대표가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더 신경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의도를 안 했어도 '관심 중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마다 잡음을 일으키며 외교 성과를 가린다는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치른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는 당 지도부가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지시키는 내용의 이른바 '재판중지법' 추진 방침을 밝혀 원성을 샀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 대통령의 APEC 무대보다 사법리스크가 부각되자 당내에서도 '자충수'라고 지적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급기야 대통령실은 민주당 지도부가 재판중지법 연내 처리 가능성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입법 추진을 공개적으로 멈춰 세웠다.

    당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나와 관련된 입법을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이 뉴욕 UN총회를 방문했을 때는 정국 이슈가 '조희대 블랙홀'로 매몰돼 홍역을 치렀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청문회를 추진하고 정 대표가 힘을 실어주면서 청문회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 외교 행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국제 행사 때마다 정 대표 등 당내 강경파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외교 성과가 가려지는 일이 반복되자 당 지도부에서도 이번에는 '신중론'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이 (해외) 나갈 때마다 (당에서) 이상한 얘기를 해서 대통령 성과가 묻히는 경우를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쟁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삼가고 '대통령의 시간'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대장동 항소 포기에 따른 후폭풍이 날로 커지자 민주당은 해명을 요구하는 일선 검사들에 대해 도리어 '징계'의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는 최대한 관련 언급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정 대표로 인한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UAE로 출발한 지난 17일 정 대표가 '딴지일보가 민심'이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단독] 김어준 커뮤니티가 민심? … 정청래, 초선 모임 강연서 "딴지일보가 민심 바로미터")

    정 대표는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을 찾아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바로미터다. 거기 흐름이 가장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귀를 의심케 하는 충격적 발언"이라며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천안함 좌초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 수많은 허위 사실과 가짜뉴스로 사회를 혼란케 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 사회적 독극물 같은 인물의 커뮤니티를 언급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어준 교주의 지령에 따라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커뮤니티를 민심의 척도라고 주장한 것은 집권당 대표이길 포기한 망언이자 김어준에 아양을 떨어 정치생명을 연장하겠다는 교활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