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불 지핀 권력 구조 개편 개헌론에 되치기李 "5·18 정신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 개헌하자"권력 구조 개편 거부 … 차기 정부 몫으로 넘겨 5·18 헌법 수록, 與에서 찬반 갈리는 의제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운음을 참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운음을 참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표가 여권 내 찬반 의견이 분분한 5·18 카드를 던져 여당의 내분을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헌을 정치 공세로 활용하려던 여당이 스스로 분열할 수 있는 먹잇감을 준 것"이라며 "매일 말로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과연 의견 합치를 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개헌에는 찬성한다"며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서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우 의장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 구조 개편은 차기 정부에 미루고 5·18 정신과 계엄 요건 강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개헌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우 의장은 이 대표가 개헌에 동의했다고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 양 교섭단체 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환영한다고 했다. 전날 긴급 간담회를 통해 권력 구조 개편 등을 거론했던 것에서 후퇴한 반응이다. 

    앞서 우 의장은 전날 긴급간담회를 열고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라며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 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하자.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 의장은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을 여야에 제안했다.

    권력 구조 개편 원포인트 개헌 주장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서 강력한 불만을 촉발했다. 우 의장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긴급 간담회까지 열며 개헌론을 주장한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우 의장에게 문자를 보내 비난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개헌론은 비명(비이재명)계의 단골 요구 사항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이 모두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과 새미래민주당 등 야권 정당에서도 개헌 목소리가 높다. 

    친명(친이재명)계 입장에서 보면 비명계와 조국당 등은 모두 '대통령 이재명'에 긍정적이던 세력이 아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악연을 이어온 인사들도 많다.
  •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권력 구조 개편이 대선 유력 주자인 이 대표에게 좋지 않은 카드라는 점도 거론된다. 우 의장과 여당에서 나오는 대통령 4년 중임제의 핵심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해 다음 총선(2028년)과 대선을 맞추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는 6월 대선에서 1차 개헌, 내년 지방선거에서 2차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3년 만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게다가 취임 후에도 개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축된 임기 3년 중 3분의 1을 개헌, 남은 임기는 재선을 위해 민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정책들이 동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개헌론 압박을 5·18 정신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로 탈압박 하고 나서자 민주당에서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졌다. 향후 개헌 논의에서도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뿐 권력 구조 개편은 외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명쾌하게 두 가지 정도를 제시했으니 당에서 개헌에 참여하는 의원들도 이 점을 인지하지 않겠느냐"면서 "지금은 내란 종결에 집중할 때"라고 전했다.  

    프레임 전환을 통한 역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의힘은 향후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5·18 정신 수록 등은 조기 대선에서 호남 표심은 물론, 중도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인 만큼 당내 의견을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거론했으나 여당 내에서 여전히 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특히 당의 중심 지지층에서 강한 반발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에서 5·18 정신 헌법 수록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원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방향성을 확실히 정해야 우리도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그래야 우리 지지자들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같이 반대하며 논리적으로 싸울 것인지 노선을 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