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목동청소년센터서 시범 운영 14~19세 심리‧고위험군 청소년 대상 놀이·관계 중심 프로그램..."친구 사귀기 두려움 극복" "성과분석 통해 향후 21개 시립청소년센터로 확대"
  • ▲ 학생들이 유스톡 프로젝트에서 실내 레크레이션 강의를 듣고 있다.ⓒ행복동행학교 제공
    ▲ 학생들이 유스톡 프로젝트에서 실내 레크레이션 강의를 듣고 있다.ⓒ행복동행학교 제공
    "혼자 버스도 못타고, 가게에서 물건 사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스스로 하기를 두려워 하는 아이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씨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딸아이가 늘 걱정이었다. 마트를 가는 것도 용기를 내야 할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에게 학교생활은 매 순간이 고비였다.

    김 씨는 "딸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과목 선생님들도 난감해하고 학교 수업 운영에도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내에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문제있는 아이'라는 낙인찍기가 두려웠다. 김 씨는 "상담 교실을 다니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하면서 자존심이 상하니, 부모도 꺼려할 수 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심리센터에서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지난 4월 행복동행학교가 있는 시립목동청소년센터를 찾았다. 3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유스톡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부모도 몰랐던 아이의 새로운 모습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공부가 아닌 좋아하는 '놀이'를 통해 친구, 언니, 오빠와 어울리면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극복하게 된 것. 그는 "학교처럼 '10분 안에 풀어' 이런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어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얘는 낯설어서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가만히 숨만 쉬다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았다. 어느 순간에는 혼자 해보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떠올렸다. 

    홀로 탄 지하철에서 낯선 어르신과 서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길을 잃어도 스스로 집을 찾아오고 친구와 애니메이션 취미를 공유하는 일상은 김씨 가족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저희같은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부모들도 아이들도 숨기게 된다"면서 "우리 애가 왕따 당했으니 전학 가야지 유학 보내야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 ▲ 청소년환경축제에서 학생들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행복동행학교 제공
    ▲ 청소년환경축제에서 학생들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행복동행학교 제공
    이처럼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14~19세 청소년을 지원하는 행복동행학교는 놀이와 체험, 관계 형성 중심의 맞춤형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울시 사업이다. 

    이 가운데 '유스톡 프로젝트'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보드 게임, 쿠킹 클래스, 댄스, 심리극, 스포츠 등 다양한 놀이를 체험하며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익힐 수 있다. 관계 맺기와 회복을 돕고 장기적으로는 은둔·고립 청소년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복동행학교 이정아 단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집에서 잠만 자던 친구가 힘을 얻어 지금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학업숙려 학생들이 관계에 대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학교 내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유스톡 스쿨'도 있다. 서울 신원중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으로, 방학을 맞아 오는 22~26일까지 주5일 놀이와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쿠킹, 캘리그라피, 비누 만들기 등 원데이 클래스부터 미술관 전시, 놀이동산 등 취향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보호자 자조 모임'은 유스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의 부모가 대상이다. 자녀양육에 대한 정보, 부모교육, 전문가 특강 등을 통해 건강한 부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립목동청소년센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 행복동행학교의 성과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시립청소년센터 21곳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