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모레노-우정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교수 대담 "자동차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보행·자전거 중심의 도시로""웰빙·이웃·환경을 연결하는 다중심적 도시 계획 필요" "서울 도시 정책, 서비스 확충과 그린 도시로 살기 좋은 서울로" "한강 공간 활용, 인구 변화 고려한 전략적 접근 필요"
  • ▲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시립대 21세기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시립대 21세기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제 도시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차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보행·자전거 중심의 도시로 만드는 정책을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는 '15분 도시'의 창시자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프랑스 파리 팡테옹-소르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에서 오늘날 당면한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이같이 제언했다.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일상에 필요한 생활 서비스를 15분 거리 안에서 해결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그가 제시하는 도시 모델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모레노 교수는 각 도시의 공간을 활용한 '근접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과 탄소 중립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며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서 웰빙, 이웃과의 관계,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 연결되는 다중심적 도시 계획을 설명했다. 

    '한강 르네상스' 등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점점 서비스를 확충하고 그린 도시로 가까워지면서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호평하면서 세심한 정책 발굴을 위해 "인구 변화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24 서울 메트로폴리탄 포라(SMF)'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모레노 교수와 우정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교수가 지난 30일 시립대 21세기관에서 '서울 대도시권 문제 해결'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시립대 21세기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시립대 21세기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다음은 우 교수와 모레노 교수의 일문일답. 

    - SMF 강연에서 설명한 '15분 도시'의 핵심은 무엇인가. 

    "도시 정비에서 삶의 질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근접성, 다양성, 밀도, 편재성의 4가지 요소를 토대로 단기능형 도시공간을 다핵도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15분 도시 또는 30분 지역은 필수 사회적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근접성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시 생활환경에 자연을 통합하면 주민들이 원거리 이동을 줄이고 15분 도시의 목표에 부합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는 도시의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평적인 관계가 요구되고 공간의 밀도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차원으로, 자동차 중심 사회에서 보행을 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을 바로 지금부터 해야 한다. 단순히 환경적인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을 논의하고, 사회적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과 탄소 중립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도시 계획에서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식물녹화와 수자원 관리는 도시 생활환경의 핵심 이슈다. 향후 10년간 중요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폭염, 수자원 고갈, 대기오염 등은 도시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근거리 다핵도시구조를 만들고, 필수 사회적 기능을 공동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물, 공기, 그늘, 공간, 시간, 고요함 등은 새로운 도시 투쟁의 핵심 목표로 등장할 것이다." 

    -'15분 도시'를 콘셉으로 성공한 프로젝트가 있는가. 

    " 2020년 파리의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이 주요 정책 공약으로 15분 도시를 구체화했다. 이달고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학교를 이웃들에게 개방하고 아이들에게 더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동시에 학교 옆 차량들을 없애 공공 공간과 자연 녹지를 확장시켰다.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안전을 주는 이 작은 미니 공원이 현재 200개 이상 생겼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도보 보행이 많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면서 지역의 슈퍼, 생선 가게, 서점, 중고 마켓들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올해 7월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파리는 더 많은 공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심 공원들이 만들어졌다. 저와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 Cities)', 'UN-해비타트(Habitat)'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 있다. 서로 연구들을 공유·관찰하고, 전 지구적 스케일로 확장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도시 변화를 위해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여기 뭐가 있네, 저기 뭐가 있네'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파리의 사례에서 언급한 '학교 가는 길(Rued aux eéoles)', '마을 아름답게 만들기(Embellir votre quartier)' 프로젝트가 로컬 도시 변화를 위해서 시민들이 참여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대개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이다. 서울 전체를 혁신적으로 재창조하는 커다란 구상인데 어떻게 개발돼야 하는가?

    "서울의 프로젝트는 점점 서비스를 확충하고 그린 도시로 가까워지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는 삶에 아주 중요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시민들이 여유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굉장히 많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강의 공간들을 활용해 고르게 분포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는 인구 변화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령화에 맞게 삶의 질을 고려하고, 다양한 측정 방법으로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건강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을 구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건강한 노인은 지식과 시야가 넓은, 은퇴를 한 분들일 것이다. 이분들이 더 여유 있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간은행(time bank)'을 도입할 수 있다. 지역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한다면 도시 서비스를 확장시킬 수 있다. 반대로 외로움이나 고독과 싸우고 있는, 건강하지 않은 노인층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더 넓은 비전을 가지고, 일상을 좀 더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매일 휴대폰만 보고 인간적인 관계가 배제된 채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이 아니다. 착각을 일으키는 일종의 가공적인 관계일 뿐이다. 일상에서의 만남, 관계, 관광을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