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패배 후유증 사로잡혀 '우왕좌왕'일주일 지나도 당 수습 방안은 답보 상태野, 혼란 틈타 과반 의석 앞세워 독재 시동총선 후 릴레이 가격 인상·국제 정세 급변정부·여당 책임 가중 … "빨리 중심 잡아야"
  • ▲ 국민의힘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총선 결과를 반성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총선 결과를 반성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이종현 기자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싸늘한 심판을 받은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통렬한 반성은커녕 수습책 마련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마저 뒷전으로 미루며 '아노미'(Anomie·무질서) 상태에 빠졌다.

    그 사이 총선을 통해 대야(大野)의 지위를 유지한 야권은 또다시 의회 독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여당은 빠르게 당을 재정비해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운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했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지 일주일 만에 또 다시 의석수를 앞세워 의회독재에 나선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재표결 후 폐기됐지만, 민주당이 내용을 조금 수정해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직회부에 반대해 상임위 회의에 불참했고, 개정안은 야당 의원들만 자리한 채 무기명 투표로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민주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 11명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총 12명이 야합한 결과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안건에 오르게 됐다.

    또한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현금성 복지를 내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 1인당 25만 원(가구당 평균 1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지원금을 제안했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의석수를 등에 업고 불도저식 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한 채 참회의 시간만 갖고 있다. 민주당의 폭주에 유일한 저항 수단은 대변인 명의의 논평뿐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당 혼란을 수습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4선 이상 당선인 간담회, 당선인 총회, 상임고문단 간담회 등을 잇달아 가지며 수습 방안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열린 4선 이상 당선인 간담회에서는 참패 원인에 대한 치열한 토론보다는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조언을 건네는 정도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했고, 당선인 간담회도 총선 소회를 밝히는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22대 국회에 새로 입성하게 된 당선자들마저 당 쇄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난맥상만 두드러진 모양새다. 윤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지역구 초선 당선인과 가진 오찬 자리에는 22대 국회 새 당선인 28명 중 절반인 14명만 참석했고, 참석자 중 일부는 지각을 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동진 당선인은 간담회 후 "우리 옛날 회사 체질이었다면 아마 오늘 같은 날 벌써 TF를 만들어 막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라며 "여기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온 전 기업인 눈에 정치인의 행태가 안일해 보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초선 지역구 당선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초선 지역구 당선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이러한 난맥상에 당 전체가 위기 의식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리 당은 지금 참 느긋해 보인다"며 "당선자 총회든 뭐든 지금까지 한 것이 무엇인가. 자기소개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게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이겼든 졌든 우리는 여당이지 않나"라며 "진짜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 총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라든지, 3대 개혁 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든지 등 뭐라도 던졌어야 했다"며 "그래야 '뭐라도 진행 하려나 보다'고 생각할 수 있게 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여당이 패배 후유증에 허우적 거리고 있는 사이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서민경제는 물론 국가안보도 위협을 받고 있다.

    총선 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눈치를 보던 기업들은 연쇄적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웃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편의점은 다음 달 1일부터 생필품을 일제히 인상할 예정이다. 치킨·버거 등 프랜차이즈도 연이어 가격을 이미 인상했거나 인상할 예정이다.

    경제 위기 고조 속에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주 6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러한 움직임을 사실상의 '비상경영 선언'으로 보고 있다. 

    동북아 정세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기술 동맹을 대폭 강화하자 북·중·러가 결속하면서 동북아 안보도 시계제로 상태다.

    여기에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면서 '제5차 중동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중동전쟁에 관여하게 된다면 전력이 분산되면서 덩달아 한반도 안보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정세를 살펴보면 제일 바빠야 할 정부·여당이 가장 한가해 보인다"며 "하루빨리 중심을 잡고 민심에 부응할 만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이 국민의힘에 108석이라는 개헌 저지선을 지켜준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