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관사 녹물에 놀라 검사 사표"…尹, 부동산 규제 확 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준공 30년 이상 된 주택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검사 시절 경험한 '녹물 관사'의 고충을 상기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과거 경험이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를 열고 부동산 문제를 논의했다. 토론회에는 시민 50여 명이 참석해 약 8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노후한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필요성 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대전 관사에 인사이동돼 가서 청소하시는 분한테 다섯 차례 맡겨 청소했는데도 냄새가 안 가시고 근무하는 내내 향을 뿌리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20년이 좀 넘었는데도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와서 5분을 틀어 놔야 녹물이 빠져서 그제야 양치 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노후화는) 수도권 문제만이 아니고 전국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생활을 잠시 접고 변호사를 1년 하다 다시 복직했는데, 그때 아마 관사 녹물만 심하지 않았어도 제가 사표를 안 내고 근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쓰는 전국 관사는 여러분이 느끼는 것(주택 노후화 문제)과 똑같다"며 "제가 취임하고 전방 군부대 관사를 챙기라고 한 것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수도권 출퇴근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며 "공직생활 할 때 지방 발령 나면 오히려 더 기쁜 적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서울에서는 출퇴근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무실에 앉으면 지치는데 지방 발령 나면 관사가 사무실과 가까워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겨 삶의 질이 바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규제와 중과세로 인한 피해는 서민과 경제적 약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재개발을 막았는데, 그렇게 되니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더 오르는 모순된 현상이 빚어졌다"며 "이런 잘못된 규제의 부작용과 국민의 고통을 이미 뼈아프게 경험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하고 경제원리에 따라,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되게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또 각종 부동산세와 관련 "보유세·거래세·양도세를 중과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다"며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고 해서 아주 부도덕하다는 차원에서 징벌적인 높은 과세를 하게 되면 결국은 약자인 임차인에게 그대로 조세 전가가 이뤄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이 보게 되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