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단둥·훈춘·도문 등 여러 지역서 동시다발적 강제북송중국, 아시안게임 전부터 대기 중이던 탈북자 2600명 송환 마무리
  • ▲ 지난 8월 16일 오전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한 버스 2대가 압록강 철교(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8월 16일 오전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한 버스 2대가 압록강 철교(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중국 당국이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인 지난 9일 밤 중·북(북·중) 접경지역 세관을 통해 탈북민 약 600명을 비밀리에 북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민을 전원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도 북송을 강행한 것이다.

    대북인권단체 '북한정의연대'(대표 정베드로)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에서 코로나 기간에 불법체류자로 체포돼 북·중 국경지역 변방대 등지에 수감돼왔던 탈북민 600여 명이 9일 저녁 8시쯤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송환된 탈북민들 중에는 유아와 아동을 포함하고 있다. 북송은 랴오닝성 단둥, 지린성 훈춘·투먼·난핑·창바이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 보위부가 직접 중국으로 와 호송에 관여하고 지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에게 이 소식을 알려온 사람은 중국 변방대 감옥에 수감 중인 한 탈북자의 가족이다. 이 탈북자는 9일 오후 8시쯤 강제북송 직전 중국인 남편에게 연락해 "자신은 북송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니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이번에 탈북자들이 대거 북송됨으로 말미암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부터 대기 중이던 2600명의 탈북자 모두 송환이 마무리됐다"고 중국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이번 북송사태는 지난 8월27일 북한의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해외 체류 중인 북한주민들의 귀국을 승인한 지 이틀 만인 29일 중국 단둥에서 버스 2대에 90여 명의 탈북자를 북한 신의주로 북송한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 정 대표는 "중국 당국은 아시안게임 시작 전까지 북·중 양국의 협조 아래 암암리에 북송을 추진했는데, 그 중 나머지 600여 명의 탈북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종료되자마자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탈북자가 강제송환되면 고문과 감금이 시작되고 기독교 등 외국 문화와 사상에 깊이 접촉한 사람은 비밀 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질 것이 예상된다"면서 "국제사회는 즉각 중국의 반인도적인 탈북 난민 강제송환을 규탄하고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1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탈북민 구출활동을 벌여온 J.M 선교회 관계자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밤 7시30분쯤 어두워진 틈을 타 북·중 접경지역의 여러 중국 세관을 통해 비밀리에 북송이 이뤄졌다"며 "코로나 기간 체포돼 중국 수감시설에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지난 8월29일 북한 주민들의 귀국이 이뤄지면서 일반 탈북민 일부가 북송됐고 아시안게임 개최 직전인 지난달 18일에도 탈북민 북송이 이뤄진 바 있다"며 "여기에 이어 지난 9일 일시에 탈북민 600여 명을 대대적으로 북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교회 측은 이번 북송이 중국 투먼·훈춘·창바이·단둥·난핑 등지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졌으며, 중·북 양국이 아시안게임 종료 직후 북송을 진행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 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 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앞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월16일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에서  "중국 내 탈북민들은 국제 기준에 따른 인권을 보장받고 한국 등 본인이 희망하는 국가로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중국 내 탈북민은 불법입국자이기에 앞서 그 생명과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난민으로 규정돼야 할 것"이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은 국제 규범의 정신에 배치되며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