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5부, 방문진 이사장 해임 효력 정지與 "정치적 성향 따른 판결‥ 판사 결정 신뢰키 어려워"김순열 판사, '대통령실 직원 조직도 공개' 판결도 논란
  •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사진 중앙)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해직 방송기관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사진 중앙)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해직 방송기관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지난 11일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사실상 권 이사장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재판부가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대통령실의 조직도와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의 시위대 행진을 허용하는 등 편향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선고를 내린 적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위원장 윤두현)는 12일 배포한 성명에서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본 재판부의 재판장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청구를 인용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재판부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은 종전 법원 판결(강규형·고영주 재판)과 완전히 배치돼 법적 안정성과 법원의 신뢰성을 심각히 훼손한 판결"이라고 해석한 특위는 "그동안 이사 등 해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전부 기각한 법원의 선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판사에 따라 어떻게 이렇게 제각기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냐"며 "제각기 다른 판사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행진 가능해"


    권 이사장의 해임처분 효력을 정지시키는 판결로 논란을 빚은 재판부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로, 김순열 판사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집무실 인근 옥외집회 금지통고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이어, 올해 3월 열린 본안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무지개행동은 지난해 4월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포함한 용산 일대(용산역 광장부터 이태원 만남의 광장까지 3km 구간)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행진시위를 벌이겠다고 신고했으나, 용산경찰서는 신고 구간 일부가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는 이유로 불허했다.

    이에 무지개행동은 행진 금지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과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고, 김 판사는 "대통령 관저와 달리 집무실은 현행법상 집회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의 행진을 허용했다.

    다만 대통령 경호 및 교통 혼잡 등을 고려해, 한 장소에 계속 머물지 않고 해당 구간을 1시간 반 내에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판결로 당시 무지개행동은 대통령실 인근을 지나가는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김 판사는 지난 3월 30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의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처분은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부만 제외‥ 대통령실 직원 정보 공개하라"


    김 판사는 지난달 17일에는 뉴스타파와 참여연대가 대통령실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 대통령실을 상대로 "대통령비서실 5급 이상 직원들(288명)의 성명·직위·업무를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세부 조직도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직원들의 신상명세 등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뉴스타파와 참여연대는 같은 해 10월 대통령실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청구를 심리한 김 판사는 지난달 17일 "직원들의 세부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뉴스타파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판결에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과 대통령실 운영규정 등 가장 기초적인 자료부터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비롯한 주요한 현안까지 비밀주의로 일관해오며, 시민 알 권리를 외면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거부해왔다"며 "대통령실은 법원의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 대통령실 운영기조의 변화 계기로 삼고 즉각 소속 공직자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래 관저와 집무실은 같은 공간… 동일하게 집회금지 적용해야"


    이처럼 성소수단체와 뉴스타파가 제기한 소송에서 해당 재판부가 잇따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법인 주원의 조상규 변호사는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 집무실 역시 관저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집무실과 관저를 각각 용산과 한남동으로 분리한 상태이므로, 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양쪽 모두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애당초 대통령 관저 인근 시위를 불허한 것은 고성방가 등으로 대통령의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며 "따라서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됐다고 관저에만 해당 법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집무 공간인 집무실이야말로 보호받아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밀 다루는 대통령실 직원 신분 보호해야"


    조 변호사는 해당 재판부가 대통령실 소속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대통령실 직원들은 공채가 아닌 정무직 공무원처럼 발탁되고 순환도 빠른 특징을 갖고 있다"며 "문자 그대로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로, 공개돼서는 안 될 내밀한 업무들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업무 특성상 정부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컨택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걸 다 공개하면 로비스트들의 로비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대통령실 안팎으로 각종 민원이 쏟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업무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 조 변호사는 "대통령의 정치행위를 존중하고 법률적으로 보장하는 것처럼, 대통령의 정치행위를 수발하고 보좌하는 스태프들도 정치행위를 담당하는 일원으로서 그 신분과 사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