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157표, 반대 6표… 국민의힘 "대통령에 거부권 건의" 집단퇴장주호영 "지금도 쌀이 남는데… 농업예산 전부 쌀 구매에 투입될 것"
  • ▲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의 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하면서 의석들이 비어 있다.ⓒ연합뉴스
    ▲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의 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하면서 의석들이 비어 있다.ⓒ연합뉴스
    169석의 거대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강행했다. 안건이 부의되면 본회의에서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행태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민주당, 양곡관리법 본회의 부의 단독강행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과잉생산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양곡관리법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부의가 요구된 날부터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부의가 요구된 날인 지난해 12월28일을 기점으로 30일 이내에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국회법에 따라 이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이날(30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표결한 것이다.

    이날 표결에서는 재석 165명 가운데 찬성 157표, 반대 6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의 표결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민의힘은 반대토론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해수위 소속인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언제까지 (민주당은) 국회가 자신들의 것이라 믿고 나라를 위한 법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한 법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는가"라며 "이 역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인과응보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의 논리대로 하나씩 정부가 의무 매입법으로 가격을 관리하면 결국 사회주의로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민주당의 숨겨진 의도인가"라며 "이것은 결국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선동해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희석시키려는 파렴치한 정치술수"라고 비판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도 반대토론을 통해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생산이 더욱 증가되면서 식량안보 상 중요한 밀과 콩 등의 작물 재배가 감소해 식량 자급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 즉각 상정하지는 않았다. 여야 간 이견차가 확실한 법안인 만큼 논의를 더 지속하자는 이유에서다.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 쌀 시장가격 안정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과 재정부담 및 장기적인 쌀값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며 "이러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농해수위를 중심으로 무엇이 농민들을 위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의장으로서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

    이날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통과시킬 경우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농정정책으로는 최악의 정책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도 쌀이 남아서 매입하는 데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는데 일정 이상 생산, 일정 이하 가격으로 내려갈 때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쌀 생산량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지금도 조 단위의 구매비·보관비가 드는데, 그러면 전체 농업이 균형되지 않는다"며 "더 생산해야 할 작물은 생산되지 않고 남아도는 쌀은 생산되는 아주 잘못된 결과를 만들 뿐 아니라 농업에 투입될 예산이 전부 쌀 구매에만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단독처리 법안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부한 법안을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양곡관리법을 빠른 시일 안에 상정하고 의결까지 해야 한다고 본다"며 "양곡관리법이 본회의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의 결단과 협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개정안의 후속 입법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오는 5월 말까지로 연장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 외에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총 3건의 비쟁점 법률안도 의결됐다.

    특히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 역시 재석 158인 가운데 찬성 158표로 가결됐다. 이 역시 민주당의 단독처리로 통과된 것이다. 다만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