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정치인들, 최소한 양심이 있어야"… 639조원 예산안 공전 질타민주당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며 시간 끌기에 급급" 중재안 수용 압박
  • ▲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639조원 규모의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 협의를 두고 여야가 공전을 거듭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불러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는 여전히 "최대한 더 협의를 해서 늦지 않게 빠른 시간 안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김진표, 예산안 협상 지연되자 "여야, 양심이 있어야지" 역정

    국회는 이미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2일)을 한 차례 넘기고, 김 의장이 2차 협상 기한으로 지정한 12월8일마저 넘긴 상황이다. 

    15일 역시 김 의장이 예산안 합의 처리 시한으로 정했지만 끝내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자 조속한 합의 촉구를 위해 16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와 김 의장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역정을 냈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유명한 김 의장이지만 여야의 대치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자 국회의 수장으로서 여야 원내대표를 강하게 꾸짖은 것이다.

    김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어제 제가 마지막 중재안을 내 오늘은 합의안을 만들 줄 알았는데 일괄타결이 안 돼 걱정이고, 서운하기도 하다"며 예산안 합의 실패에 따른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럴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취약계층"이라고 전제한 김 의장은 "광역단체는 오늘까지 예산 심의를 끝내야 하고, 기초단체는 오는 22일까지 예산 심의를 끝내게 돼 있다. 그렇게 해야 겨우겨우 구정 전까지 이 복지예산이 지출돼서 '세 모녀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정치인들이 최소한 양심이 있어야지, 마치 우리 경제를 살리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져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김 의장은 "쟁점들을 검토해 보니 큰 차이가 있지도 않았다"며 "오늘이라도 합의안을 발표해 주시고, 세부사항 준비까지 마쳐 월요일(19일)에는 꼭 예산안을 합의해 처리하도록 특별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이후 35분간 비공개 회동이 진행됐으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별다른 진척 없이 회동을 마무리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더 협의를 해서 늦지 않게 빠른 시간 안에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고, 박 원내대표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강력하게 여야가 합의해서 조속히 예산 처리를 요청하신 만큼 여야가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 ▲ 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與 "중재안 수용 어려워" vs 野 "시간 끌기 급급"… 입장차 여전

    앞서 여야는 예산안 합의 처리를 두고 날 선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전날 법인세 1%p 인하가 핵심인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며 합의를 촉구하자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께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지금 법인세 문제로 해외직접투자 (유치)전쟁이 붙어 있는 상황"이라며 "겨우 1%p 내리는 것만 갖고는 해외 투자자들이나 중국으로부터 빠져 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시행령 기구 예산 예비비 편성과 관련 "현재 경찰국이나 인사정보관리단이 적법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 예산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국가기관의 신뢰를 결국 국회 예산 자체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집권하던 5년 동안에도 전혀 하지 않았던 선심성 예산들을 이 정부에 와서 처음으로 무리하게 하자고 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 처리 지연은 "용산 눈치 보기"라며 국민의힘을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결단했지만, 여당은 지금까지도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며 시간 끌기에 급급하다"며 "여야 협치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을 지키는 것이 정녕 더 중요한가"라고 물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만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