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측 "대화 내용 식별 불가능"검찰 "이어폰으로 들으면 잘 들려"
  • ▲ 정영학 회계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정영학 회계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강민석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된 가운데 피고인들이 "녹음된 대화 내용이 식별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공판기일을 열어 녹음파일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정 회계사 녹취록의 핵심 쟁점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이익을 증여하고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 등의 로비 정황이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전에 검증이 이뤄진 녹취파일도 그렇고 오늘도 마찬가지"라며 "진술 내용이 변호인 입장에서 99% 안 들린다"면서 녹음파일의 음질상태를 문제 삼았다.

    이어 "초기에 검사측이 '이어폰으로 들으면 잘 들린다'고 하나, 이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법정에서 재생돼 청취가 가능해야 하는데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만배씨 측 변호인도 "(우리가) 녹음파일을 듣는 이유는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듣기 위함"이라며 "정확히 녹음파일 자체를 1차적 증거로서 판단해 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검찰측은 "녹취록은 녹음파일 청취 과정에서 보조 수단으로 정리한 것"이라며 "우리측 수사관이 작성한게 아니라 속기사가 순수하게 녹음만 듣고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파일은 총 1시간 20분가량의 분량인데, (우리도) 나머지는 생략하고 식별 가능한 내용만 녹취록에 기재하다보니 고작 19페이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의견충돌이 일자 재판부는 "당일 처음 재생한 파일의 경우 재판부도 거의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다"며 "녹취록은 녹음파일의 보조적 수단이라 독자적으로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2일부터 당일까지 다섯 번째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연이어 재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