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삼연 맞아 광주 시민들 서사 보강
  • ▲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라이브
    ▲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라이브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외침과 피 끓는 절규가 다시 울려퍼진다.

    창작 뮤지컬 '광주' 세 번째 시즌이 5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2019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돼 2020년 처음 선보였다.

    뮤지컬은 1980년 군부 정권에 대항하며 평화를 위해 피 흘리며 싸웠던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그린다. 극작·연출의 고선웅은 '윤상원 열사'를 모티브로, 한 명의 영웅 서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일궈낸 숭고함에 초점을 맞췄다.

    고선웅 연출은 지난 2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무대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사실을 다루다 보니 어렵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딛고 일어서서 춤추고 사랑하자는 게 '광주'의 모토다. 본질을 잘 보여주면 아픔을 겪은 분들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님을 위한 행진곡', '투쟁가' 등 당시 광주 거리를 수놓았던 멜로디는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생명을 얻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의 추모곡이자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다.

    이성준 음악감독과 13인조 오케스트라는 42년 전 광주의 함성을 재현해냈다. 작품 속 5·18 당시 실제 가두방송의 내용이었던 "우리들의 사랑·명예·이름,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시민의 대사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올해 삼연을 맞이한 '광주'는 지난 시즌보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야학교사 '윤이건' 역의 비중을 높여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서사에 설득력을 더하고, 추가된 넘버들과 새로운 편곡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작곡가 최우정은 극 중 시민군의 의지와 믿음을 드러내는 '눈엔 눈', 거짓으로 얼룩진 광주의 급박한 상황을 전하는 '높은 담장이 광주를 가두네' 등 신곡을 추가해 시민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 ▲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라이브
    ▲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라이브
    고 연출은 "가장 주목한 건 본질에 관한 것"이라며 "삼연에서는 광주에서 왜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이 왜 분노하고 폭도라는 오명을 써야 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공연을 거듭하다 보면 작품 자체적으로 동력이 생기고 성장하는 게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준비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건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2022년 한 사람의 결단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고 너무 무서웠다. 80년대는 더 험악한 시대였다. 광주의 아픔이 우크라이나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야학교사 '윤이건' 역에 이지훈·조휘, 광주 출신 편의대원 '박한수' 역은 정동화·신성민이 맡는다. 황사음악사를 운영하는 교사 '정화인'은 문진아·김나영,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야학교사 '문수경' 역에 효은·최지혜 등 36명의 배우들이 활약한다.

    조휘는 "윤이건은 손에 펜을 쥔 자가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보여준다. '광주'에는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해주는 히어로가 나오지 않는다. 소시민이 중심이 되고 그들의 사랑과 우정, 운명을 다룬다"며 "42년 전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다. 아름다운 음악과 글로 관객들을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말했다.

    이지훈은 "초·재연을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 출연 제안을 받고 짧은 시간 안에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아내가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거라고 조언해줬다. 감정을 섞지 말고 담담하게 보여줘야 사실적으로 잘 전달되겠다고 생각했다. 무대에서 진심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광주'는 서울 공연에 이어 5월 14~15일 광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