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패널 보고서 “특수합금, 순항미사일용 엔진 설계도, 고체연료 합성 매뉴얼 등 입수”
  • ▲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1500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이와 외형이 같은 러시아제 순항미사일의 터보팬 엔진 설계도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1500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이와 외형이 같은 러시아제 순항미사일의 터보팬 엔진 설계도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2019년 5월 이후 공개했던 각종 신형 미사일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 입수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이 수출금지품목을 북한에 팔거나 제공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순항미사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北, 러·中서 미사일 관련 부품·설계도 입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1일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기 전부터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해왔다”면서 “북한이 요격회피 기술을 탑재한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을 완성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배치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정보를 해커의 지원으로 입수하거나 절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보고서에서 주목을 끈 대목은 북한이 러시아·중국에서 구입한 거래금지품목들이었다.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오용호 등은 2018년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특수 스테인리스합금, SLBM 본체용 합금을, 2019년 러시아 순항미사일 Kh-5에 사용하는 터보팬엔진 TRDD-50D의 설계도를, 2020년 미사일 부품용 베어링, 미사일용 고체연료 합성 매뉴얼을 입수해 북한으로 가져갔다. 입수한 곳은 러시아 기업 또는 기술자들이었다.

    북한 조선기계무역총회사 소속 김종덕은 중국 단둥에서 2021년에만 최소 네 번에 걸쳐 탄도미사일용 스테인리스합금과 밸브·펌프·베어링 등 미사일 엔진 부품을 주문해 북한으로 가져갔다. 

    북한 군수공업부 림용남은 2019~20년 중국 선양에서 미사일용 고체연료 재료인 고순도 알루미늄 분말 등을 구입해 북한으로 가져갔다. 북한 민항총국은 지난해 4월 중국 선양에서 도요타 렉서스의 SUV 차량 4대를 7억2000만원에 구매하려 시도했다.

    美국방부 차관보 “中·러·北·이란, WMD 및 운반체계 부품 유통망 구축”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개발·제조하는 데 러시아와 중국이 도움을 줬다는 지적은 미국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존 플럼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 노력이 미국과 동맹국, 협력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물자, 생화학무기 생산·연구에 쓰는 이중 용도 물품을 해외에서 계속 조달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 간에 WMD 및 운반체계 개발·제조에 필요한 이중 용도 물품·기술·전문지식을 주고받는 유통망이 있으며, 이 유통망은 국제사회의 제재, 수출통제, 구입·이전 제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 새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 플럼 차관보의 설명이었다.

    플럼 차관보는 “이런 유통망을 통한 WMD 및 운반체계 물품·기술·지식의 확산은 관련 무기들의 정확도를 높여 서방의 미사일 방어망에 맞서는 역량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유통망은 미국과 동맹국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을 계속적으로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우리는 북한이 수출금지품목을 구매했는지에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가 지목한 수출금지품목 판매업체들은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