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세연 "18년 전 베트남서 여당의원들 성접대 받아"당시 접대 주관한 SKT 출신 E씨, '접대 일정표' 제보베트남 방문 열린우리당 의원 6명 중 4명이 '술자리'4명 중 2명에 '성접대'… D의원, 귀국 직전에도 '2차'
  • ▲ 가세연이 SK텔레콤의 고위급 간부 출신 인사로부터 확보한 '열린우리당 대외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단 베트남 방문 일정' 문건 사진.
    ▲ 가세연이 SK텔레콤의 고위급 간부 출신 인사로부터 확보한 '열린우리당 대외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단 베트남 방문 일정' 문건 사진.
    지난 3일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2004년 8월 18~19일 양일간 열린우리당 의원 4명이 SK텔레콤 측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고, 이 중 2명은 '성접대'까지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베트남 방문한 열린우리당 의원 6명 중 4명‥ 술·골프 접대 받아"

    이날 가세연은 "SK텔레콤의 고위급 간부 출신 인사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SK텔레콤 측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식사·향응·골프 등의 접대를 했다는 증언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가세연은 "그동안 베트남에서 A의원이 접대를 받은 사실만 논란이 됐었는데, 그 자리에 여권 유력인사 3명도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이라며 "당시 베트남 방문 일정에는 2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이 더 있었는데, 이들은 술자리를 포함한 호치민시 방문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세연은 "SK텔레콤 출신 제보자 E씨로부터 당시 스케줄이 상세히 기록된 '접대 일정표'를 입수했다"며 "'열린우리당 대외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단 베트남 방문 일정'이라고 쓰여진 이 일정표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004년 8월 18일 오후 4시 베트남 호치민시에 도착해 8월 20~21일 아시아나 비행기로 출국할 때까지의 모든 일정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가세연이 공개한 일정표에 따르면 당시 A의원 등 4명은 8월 18일 오후 4시경 호치민시에 도착해 오후 5시경 시내에 위치한 숙소(쉐라톤 호치민 호텔)에 여장을 풀고 호치민 총영사가 주재하는 저녁 만찬에 참석했다.

    이후 이들 4명은 오후 10시경 시내에 위치한 '아마라(AMARA) 호텔(현 '라마나 호텔')'의 룸살롱(상류사회)으로 이동해 술자리를 가졌다.

    이튿날 오전 6시 30분경 'VG CC'에서 골프를 친 의원들은 르네상스 중식당 '가빈'에서 ACB은행장과 점심을 먹고, SK텔레콤이 운영하는 'S폰(S-Fone)' 교환국을 방문했다.

    이후 오후 5시 반부터 30분 동안 호치민시 인민위원회를 방문하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호치민시 인민위원장이 주재하는 저녁 자리에 참석했다.

    모든 일정을 소화한 열린우리당 의원 3명은 8월 20일 오전 1시경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출국길에 올랐고, 나머지 한 명만 다음 날 출국했다.

    SKT 출신 E씨 "D씨, 출국 전날 밤에도 접대부와 '2차'"

    가세연은 "문제는 호치민시 방문 첫날 오후 10시부터 아마라 호텔 내 룸살롱인 '상류사회(하이소사이어티)'에서 술자리를 가진 의원들 중 일부가 숙소인 '쉐라톤 호치민 호텔'로 이동해 현지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이라며 "이 사실은 당시 성접대를 비롯한 모든 접대 일정에 관여한 E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세연은 "베트남 고급호텔의 경우 일명 'XX관광'을 방지하기 위해 현지 여성과 외국인 남성이 함께 투숙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따라서 당시 SK텔레콤 측은 먼저 숙소에 여성 접대부들의 방을 따로 잡은 뒤 각자 호텔에 놀러 온 투숙객처럼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제보자 E씨는 가세연과의 통화에서 "'상류사회'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룸살롱으로, 8월 18일 저녁 열린우리당 의원 4명이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A의원만 술도 많이 안 마시고 먼저 숙소로 돌아갔고, 나머지 3명은 술도 같이 하고 '2차 자리'까지 알선받았다"고 주장했다.

    E씨는 "먼저 쉐라톤 호치민 호텔의 방 4개를 '여학생용(접대부)'으로 잡은 뒤 '상류사회'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의원들과 접대 여성들을 따로 차에 태워 숙소로 데려다 줬다"며 "당시 저희 직원 여러 명이 동원돼 모든 접대 상황을 확인했는데, B의원은 여학생을 돌려보냈고, C씨와 D씨는 확실히 했다"고 주장했다.

    E씨는 "D씨의 경우 이튿날 저녁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해 오후 10시경 '상류사회' 지배인에게 연락해 여학생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며 "그 중 한 명을 D씨가 골라, 술도 마시지 않은 상태로 아마라 호텔에서 접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D씨를 포함한 열린우리당 의원 3명은 8월 20일 새벽 1시경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E씨는 "당시 추가로 2차를 요구한 D씨의 행동을 보면서 '야 임마 참, 진짜 웃기는 놈이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E씨의 주장을 여과 없이 소개한 강용석 가세연 소장은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벤츠 4대가 동원됐는데, 1호차에는 미스터 투안, 2호차에는 미스터 탐, 3호차에는 미스터 리엠, 4호차에는 미스터 팟이라는 운전기사가 배정됐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쓰여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이 자료를 보면 누가 몇호차에 탑승했고, 누가 몇호실에 입실했는지 다 나와 있다"며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당시 SK텔레콤 측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차량도 제공하고, 밥도 사주고 다 했다는 건데, 국회의원이 이런 향응을 받는 것 자체가 뇌물"이라며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법 "A의원 성접대 의혹은 허위사실"

    이날 방송에서 E씨는 "술자리에 동석한 4명 중 A의원만 '2차 자리'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A의원이 현지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허위사실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과도 일치한다.

    앞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석두 당시 평화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A의원이 2004년 8월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술집에서 SK텔레콤 등 대기업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당시 17세였던 미성년자와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성접대까지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민주당이 백씨를 허위사실 공표죄로 고발하면서 수년간 재판이 진행됐다. 이 공판 과정에서 아마라 호텔 내 룸살롱에서 현지 여성들이 동석한 가운데 A의원 일행이 폭탄주를 마신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SK텔레콤 관계자는 "2004년 8월 베트남을 방문한 386세대 의원들에게 골프, 술, 성접대를 했다"고 증언했다.

    1·2심 재판부는 "백씨가 주장한 내용 가운데 A의원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사실에 해당하나, 성매매 의혹은 허위로 단정 짓기 어렵다"며 이를 무죄로 판단하고 백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3년 4월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피고인의 주장은 검사의 증거들로 모두 탄핵됐다"며 A의원이 성매매를 했다는 백씨의 주장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후 고등법원에서도 대법원과 같은 의견이 내려지면서 A의원이 베트남에서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사실로 확정됐다.

    민주당 측 "처음 듣는 이야기… 당 차원서 해명할 일 아냐"

    한편,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SK텔레콤 측으로부터 각종 접대를 받았다는 가세연의 주장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과 관련한 사실 관계는 모른다"며 "특정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한 의혹에 일일이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 차원에서 해명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접대를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C의원은 "이런 취재 자체가 불쾌하다"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C의원은 5일 사실 여부를 묻는 본지 취재진의 질문에 "이 문제는 A의원이 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 제기됐는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사안"이라며 "보도하시면 법적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 ▲ 2004년 8월 18~19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SK텔레콤 측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장소로 알려진 아마라(AMARA) 호텔 전경.
    ▲ 2004년 8월 18~19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SK텔레콤 측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장소로 알려진 아마라(AMARA) 호텔 전경.
  • ▲ 아마라(AMARA) 호텔은 현재 라마나(RAMANA)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
    ▲ 아마라(AMARA) 호텔은 현재 라마나(RAMANA)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