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녹음 내보낼 수 없어 거부하니까… 이재명이 그대로 방송 요구""이재명 본인이 익명 제보한 걸로 하자고 제안"… 최 PD "지금이 진실 밝힐 기회""형법 따라 벌 받은 게 어떻게 상벌 아닌가"… 이재명 선거공보물 선관위 판단 비판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기재된 '검사사칭' 전과기록에 대해 '방송 PD가 물어서 알려준 것'이라고 소명한 것과 관련해 4일 오전 최철호 KBS PD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기재된 '검사사칭' 전과기록에 대해 '방송 PD가 물어서 알려준 것'이라고 소명한 것과 관련해 4일 오전 최철호 KBS PD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른바 '검사 사칭'과 관련해 또 다른 당사자인 최철호 KBS PD가 이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 PD는 이 후보가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며 검사 사칭 취재를 도왔다는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하는 등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최 PD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는 2002년 이후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서며 언론매체, 개인 SNS 등에서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왔다"며 "이 후보의 불성실한 처사에 오늘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PD, 지난달 24일 이재명에 공개 사과 요구하며 고발 예고

    최 PD는 지난달 24일 이 후보를 상대로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최 PD는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유로 최 PD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에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진실을 바로 밝힐 기회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나섰다"며 "이 후보의 성취와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한사람, 한사람의 인격과 명예도 이 후보 못지 않게 동등한 가치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본인의 자서전(3권)에서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짚은 최 PD는 "2022년 2월 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물상 정확하지 않은 소명사실을 기재해 유포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이 제보… 20년 전부터 불법 용도변경·특혜 전문가"

    최 PD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 "당시 변호사이던 이 후보가 김병량 시장을 불법 용도변경 관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서로 다투고 있던 상태에서 이 후보가 취재진에 제보를 해왔다"면서 "이 후보는 이미 20년 전 불법 용도변경과 특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깊숙히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평범한 변호사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승소할 정도로 그때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였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시 검사 사칭사건은 공익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고, 저는 이런 정황을 법정에서 인정받아 선고유예를 받았다"며 "재판 과정에서 제 잘못을 인정했고 이 후보 역시 잘못을 인정할 것을 기대했지만 이 후보는 끝까지 부인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PD는 "이 후보가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김병량 시장이 구속된 후 성남시장선거에 연이어 나서는 것을 보고 공직에 출마할 때 전과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부인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부연했다.

    최 PD는 2002년 11월~2014년 12월 1, 2심 및 대법원 판결 내용과 담당 PD·카메라맨·오디오맨 등 3인의 진술을 종합했다며 2002년 5월10일 당시 이재명 변호사사무실에서 있었던 진실을 알리겠다고도 했다.

    "이재명이 자신과 김병량 간 사건 담당하던 검사 이름 대라 했다"

    최 PD에 따르면, 그는 이재명 변호사사무실에 도착하기 직전 '검찰청'이라고 소개하며 김병량 시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당시 특정 검사 이름을 거론하며 통화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고 아는 검사 이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변호사사무실에서 이 후보와 자장면을 먹던 중 김 시장에게서 전화를 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고, 이때 이 후보가 "검사 이름을 대면 취재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해 "수원지검에 경상도 말을 쓰는 검사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후보가 자신과 김병량 시장 간 고소·고발사건을 담당하던 검사 이름을 알려주며 '특정 검사 이름을 대면 시장이 질문에 순순히 답해 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한 최 PD는 "당시 질문들은 이 후보가 정했다. 이 후보는 질문에 대한 김병량 시장의 답변이 원하는 대로 나오면 손가락으로 둥글게 표시하며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최 PD는 또 "이후 '부적절한 방법으로 녹음한 내용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낼 수는 없다. 그냥 자막으로 인용하겠다'고 하니까 이 후보는 녹취록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면서 "제가 어렵다고 하자 당시 녹취록이 불법이 아니게끔 '이재명 변호사 자신이 익명으로 제보한 것으로 하면 방송사는 부담이 없는 것 아니냐'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되려면 인격과 가치 소중히 알아야… 공개 사과하면 고소 취하"

    최 PD는 이 후보를 향해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려는 분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인격과 가치를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그것도 이 후보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 취재 파트너를 상대로 인격을 훼손하며 반복적으로 거짓말하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개탄했다.

    "지금이라도 이 후보가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소를 취하할 생각"이라고 밝힌 최 PD는 "이 후보는 공개적으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기 바란다. 그리고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진실 위에서 국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 PD는 이 후보자의 책자형 선거공보 소명서 내용은 이의제기 대상이 아니며 허위사실 게재로 볼 수 없다고 한 선관위 판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전날 선관위는 이 후보의 범죄사실 소명과 관련 "기재된 내용은 후보자 본인의 전과기록에 기재된 죄명·형량·확정일자의 객관적 내용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범죄사실이 있게 된 배경·경위 및 행위에 대한 설명에 해당한다"며 "후보자의 경력 등이나 후보자 정보공개자료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을 게재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의제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선관위원 100% 여당 측 인물… 책임 회피한 행태"

    이에 최 PD는 "선관위가 언급한 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경력·학위·상벌에 해당한다"며 "형법에 따라 형벌을 받은 것은 '상벌'에 해당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PD는 "현재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2017년 이재명 허위사실유포사건의 재판에서 주심을 맡았는데,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유죄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권순일 대법관과 함께 무죄 의견을 주도적으로 낸 분"이라고 강조했다.

    최 PD는 "현재 선관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위원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다시 임명한 위원들로 100% 구성돼 있다"며 "과연 지금 중앙선관위는 공정하다고 자신할 수 있나? 국민들이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 PD는 선관위를 향해 "어제 결정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여당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책임을 회피한 행태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 ▲ KBS 최철호 PD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를 향해
    ▲ KBS 최철호 PD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를 향해 "공개적으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기 바란다. 그리고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진실 위에서 국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