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밤 도심→비도심 단거리' 호출 성공 23%… 같은 조건서 장거리는 54%로 2배 이상"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 승객 골라 태우기… 목적지 보고 태우는 것"카카오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정황도 확인… 주말·단거리·아침 가맹 택시 배차 비율 올라
  • ▲ 지난해 11월16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택시승강장에서 택시가 손님들을 태우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11월16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택시승강장에서 택시가 손님들을 태우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 택시가 목적지에 따라 승객을 골라 태우는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서울시가 카카오택시의 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단거리 호출보다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카카오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에 따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손님이 없는 밤시간대보다는 저녁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택시는 택시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서울시 "조사 시간 늘었다면 장거리, 단거리 호출 성공률 더 벌어졌을 것"

    서울시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승객 골라 태우기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10~11월 2개월간 조사원이 카카오택시 총 841대를 장거리(10㎞ 이상)와 단거리(3㎞ 이내), 평일과 주말, 도심과 비도심, 아침·저녁·밤으로 나눠 호출을 시도했다.

    조사 결과 '평일 밤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은 23%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 호출 성공률은 54%로 2배 이상 높았다.

    서울시는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확인된 것"이라며 "'카카오택시'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라 태우기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조사한 밤시간대는 밤 9시에서 10시30분이었다"고 밝힌 서울시는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제한했는데, 더 늦은 시간까지 조사했다면 장거리, 단거리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택시 '승객 골라 태우기'로 볼 수 있다"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 실패 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 역시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최근 택시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 택시 '콜 몰아 주기'의혹과 관련해서도 실태조사를 했다. 택시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한 '카카오택시'가 대상이다. 

    승객 적은 주말 아침 가맹 택시 배차비율 86%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 2개월 동안 총 841대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일반 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약 39%는 일반 택시가 아닌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 택시 배차 비율이 높았다. 

    승객이 많은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 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았지만,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 택시 배차비율이 86%로 크게 올랐다.

    서울시는 다만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 주기' 여부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안기정 연구위원은 그러나 "가맹 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 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 공급 확대 추진 및 카카오택시 측에 개선 방안 요청

    서울시는 호출이 어려운 '평일 밤시간대'의 경우 택시가 부족한 요인도 있는 만큼,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 해제, 전기택시 보급 확대 등 시 차원의 다양한 대책을 검토해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올 초 카카오택시 측에 승객의 목적지를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 등의 단계적 개선 방안을 요청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택시는 택시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택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민들의 택시 이용 편의 증진과 공정한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