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일시, 장소, 목적 대략 적어 주면 그냥 집행"… 경기도 공무원들 증언"사용자 지정되지 않은 '사용자 미지정 업무추진비'는 도지사 마음대로 쓰는 돈""전용에 연루된 4개 부서 '사용자 미지정 업무추진비'… 지난해만 1억8000만원"당시 비서실장 정순욱 씨 "의전팀장에 물어라"… 의전팀장 조광근 씨 "할 말 없다"의전팀 관리자 이의환 당시 총무과장, 올 초 이천시 부시장으로 영전… 취재 피해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인천 남동구 로데오거리광장 유세 현장에서 공약이 담긴 꽃다발을 들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인천 남동구 로데오거리광장 유세 현장에서 공약이 담긴 꽃다발을 들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부가 최소 경기도청 실무부서 4곳의 예산을 음식값 등 사적으로 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추가 폭로가 나왔다. 경기도·성남시 공무원이 경기도 일부 부서 예산 가운데 연 수억원 규모의 '사용자가 지정되지 않은 시책추진 업무비'가 사실상 도지사가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예산이었다고 밝힌 것이다.

    2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경기도 팀장급 공무원은 "경기도 업무추진비는 보통 부서 내부에서 사용하는 '기관운영용'과 사업 추진을 위한 외부인 간담회 등에 사용하는 '시책추진용'으로 구분된다"며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는 다시 국·실·과장용이나 담당관용 등 외에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뉘는데, 경기도에서는 이 '사용자 미지정 업무추진비'가 사실상 도지사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돈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실제로 지금까지 드러난 이 후보 자택 배달 음식 결제 5건이 모두 이 같은 '사용자 미지정 시책추진 업추비'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배달 음식 '사용자 미지정 시책추진 업추비'로 결제

    해당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 4월13일 한우 안심 11만8000원어치를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에게 배달했고, 이튿날 결제를 취소한 뒤 배소현 씨가 준 법인카드로 재결제한 것이 주요 사례다. 

    해당 비용이 집행된 것은 실제로 기획담당관실에 배정된사용자 미지정 시책추진 업무추진비였다. 장부상 용도(비목)는 '수도권광역행정협의대책', 구체적 사용 목적은 '수도권 광역행정 협력 강화를 위한 관계자 의견 수렴'이라고 적혔다.

    당시 도청 기획담당관은 "다른 부서에서 그 부서 법인카드를 쓰고, 그 대금 영수증을 우리에게 가져와 우리 쪽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예산에서 지급하겠다고 연락을 해오면, 그쪽 부서장 결재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세세히 따져 묻지 않고 승인해 줬다"며 A씨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A씨 개인카드 결제 뒤 배씨의 법인카드로 재결제된 실무 부서 사용자 미지정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는 알려진 것만 △4월14일 기획담당관실 수도권광역행정협의대책 한우안심 11만8000원 △5월7일 공정국 공정경제추진 초밥 10만5000원 △5월21일 노동정책과 노사협력 복요리 12만원 △7월15일 기획담당관실 도정역점 중국음식 7만9000원 △10월6일 총무과 지역상생협력 백숙 12만원 등이다.

    조선일보는 이들 4곳 부서의 5개 사용자 미지정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예산 가운데 이 후보 개인 비용 처리에 빠져나간 돈의 전체 규모는 A씨 폭로와 그간 공개된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면서도 전용에 연루된 4개 부서의 각 사용자 미지정 업무추진비 예산이 총 1억8000만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기획담당관실의 수도권광역행정협의대책 4000만원, 도정역점 3900만원, 노동정책과의 노사협력 1500만원, 총무과의 지역상생협력 6400만원, 공정국의 공정경제추진 2200만원 등이다.

    '부전지' 때문에 김혜경 사용 예산 쉽게 집행됐다

    김씨가 사용한 예산이 실무부서에서 손쉽게 집행된 이유가 타 부서에 서류나 문서 등을 넘기며 주요 사항을 정리해 놓는 메모인 '부전지'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 후보 개인 용도로 결제한 영수증에 적당한 명분을 붙여 실무부서로 내려보내면 일사천리로 예산을 열어 줬다는 것이 의전팀 설명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 경기도 관계자는 "의전팀이 담당 부서에 영수증만 주면, 담당 부서에서 이 영수증을 어떤 업무추진비의 어떤 목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꾸며야 하는지 막막해 하기 때문에, 의전팀에서 아예 '가짜'로 부전지를 만들어 줬다"며 "의전팀에서 카드 영수증과 함께 결제 일시, 장소, 목적 등을 간략하게 적은 부전지를 실무부서에 보내면, 그걸 받은 부서 회계 담당자들은 '지사님 뜻'으로 받아들여 자기 부서 예산에서 그냥 집행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전팀 부전지는 도청 각 부서 금고를 여는 만능 열쇠나 다름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팀장급 공무원에 따르면, 비서실장과 의전팀은 각 부서에 배정된 사용자 미지정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를 관리하고 있다. 이 공무원은 "각 부서에 사용자가 지정 안 된 시책추진 업무추진비의 잔액과 현황을 관리하는 것은 비서실장과 의전팀장"이라며 "의전팀이 속한 총무과장이 이를 관리해야 하지만, 경기도는 의전팀장과 비서실장이 핫라인으로 연결돼 있다. 총무과장의 묵인 아래 비서실장은 의전팀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각 과에 배정돼 있는 시책추진 업무추진비의 잔액과 집행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실제로 김씨를 위해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경기도청의 한 부서장은 '어떻게 당신의 부서 예산이 김씨를 위해 사용됐느냐'는 질문에 "총무과에 물어 보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김씨를 위해 이 팀장급 공무원의 개인카드가 사용된 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법인카드로 재결제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부서 예산 관리한 비서실장 "나는 모른다"

    김씨가 전용한 타 부서 예산을 의전팀과의 핫라인을 통해 관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당시 비서실장(2019년 7월~2021년 12월)은 정순욱 씨로 알려졌다. 정씨는 2018년 이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인수위원회에 합류해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인사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배소현 씨를 채용했다.

    올 초 동두천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씨는 "타 부서 업무추진비든 뭐든 업무추진비는 다 의전팀장이 관리했다"며 "나는 업무추진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또 2020년 7월부터 현재까지 의전팀을 맡고 있는 조광근 팀장은 '의전팀이 속해 있는 총무과장이 이 일의 책임자냐'는 질문에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의전팀 관리자 이의환 당시 총무과장 역시 김씨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묵인해 줬다는 의혹에 빠져 있다면서 수차례 연락과 방문에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의환 씨는 올 초 이천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