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법원, 구본환 승소 판결… '직무수행 소홀' '직원 인사 불공정' 받아들이지 않아법원 "태풍 북상 안 해 피해 없었다… 인사규정 따라 사장은 직위해제 요청 권한 있어"구본환 "인천공항 출근 여부 논의 중"… 김경욱 현 사장 "두 사장 출근하는 일 없을 것"
  • ▲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해 9월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해 9월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제기한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법원이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해임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해임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구 전 사장은 "인천공항 출근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국토부가 제시한 구 전 사장 해임 사유를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 사유는 직무수행 소홀과 소속 직원 인사 불공정 등 두 가지다.

    구본환 "해임 사유 인정할 수 없다"… 해임취소처분소송

    법원은 지난달 26일 구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취소처분소송에서 해임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며 구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구 전 사장은 2019년 10월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에 대비하겠다며 국감장을 떠났으나, 같은 날 인천공항에서 떨어진 자택 부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또 자신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직원을 부당하게 직위해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경위 조사 등을 거쳐 해임을 건의했고, 해임안은 지난해 9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확정됐다. 이에 구 전 사장은 "해임 사유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국토부 감사 담당자들이 동의도 없이 영종도 사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절차적으로도 위법했다"며 해임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우선 구 전 사장의 '직무 수행 소홀' 의혹과 관련 "결과적으로 태풍이 북상하지 않아 인천공항은 태풍의 피해가 전혀 없었으며. 태풍의 진로가 원고가 국감장에서 당일 오후 3시30분에 퇴장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무렵부터 예측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현장 복귀를 하지 않고 자택 귀가를 선택했다는 이유 만으로 사장으로서 재난상황에 대응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구본환, 직무 수행 소홀도 불공정한 인사도 안 했다"

    재판부는 구 전 사장이 국회에서 당일 행적을 묻는 국회의원들 추궁에 다소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다 하더라도 이는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 상급자의 지시에 불응할 경우 복종 의무 위반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할 수 있지만, 공기업 사장의 경우 국회의원과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소속 직원 인사 불공정' 건과 관련해서도 해당 직원의 메일 작성 경위와 내용 등을 볼 때 항의 메일 발송이 인사규정상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는 구 전 사장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인사규정에 따르면 사장은 직위해제 사유가 있는 직원에 대해 절차를 거쳐 인사위원회에 의결을 요구할 권한이 명백히 있기 때문에 인사권 남용이나 불공정한 인사 개입 또는 부당한 갑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 사유 인정된다 해도 비위 정도보다 불이익 너무 커"

    특히 재판부는 국토부가 주장한 대로 구 전 사장이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해임된 공기업 기관장은 향후 3년간 공기업· 준정부기관 임원이 될 수 없는 등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이 상당한 점을 고려했다. 해임 처분은 비위 정도보다 불이익이 너무 커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구 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해임 사유는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이 같은 일은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구 전 사장은 "인천공항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자신의 감사에서 본인의 허락도 없이 관리인을 시켜 (인천) 영종도 사택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안방·거실·냉장고 할 것 없이 모두 열어 사진까지 찍었다"고 주장했다.

    구 전 사장은 내년 4월까지 임기가 남은 상태다. 이번 판결과 관련, 구 전 사장은 "절차를 위반한 압수수색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며 "인천공항 출근 여부도 변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구본환 "절차 위반 압수수색 법적 대응 고려"

    한 국토부 전직 고위 관료는 "해임 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설령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해임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판결"이라며 "국토부의 무리수가 여실히 드러난 완패"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이제 1심 판결이 난 상태에서 인국공이 항소할 것이고 결론이 날 때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여러 부담을 따져보면 인국공과 구 전 사장이 적정한 선에서 협의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욱 "구본환 출근하면 공사도 법적 대응 할 것"

    한편 김경욱 현 인국공 사장은 구 전 사장이 해임처분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한 기관에 두 사장이 출근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오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구 전 사장의 판결문을 입수한 결과, 판결문에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집행명령이 따로 없어, 국토교통부도 항소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 전 사장이 출근하려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야 하는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의 자산인 공사도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