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무기한 당무 보이콧에… 윤석열 "다양한 의견 있는 게 민주정당"
  • 충청지역을 방문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윤석열 캠프)
    ▲ 충청지역을 방문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윤석열 캠프)
    '당 대표 패싱' 논란을 겪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당무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투 스톤'의 신경전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이 대표에게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윤석열 "이준석에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

    윤 후보는 1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휴대폰을 꺼 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다시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1월29일 저녁 페이스북에 아무런 설명 없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등의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 이날은 이 대표가 라디오 방송 등에서 윤 후보 측의 '당 대표 패싱'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터여서,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항의성 위력 시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다음날인 30일 휴대전화도 꺼 놓고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사실상 무기한 당무 보이콧에 들어갔다. 같은 날 저녁 부산으로 향한 이 대표는 1일 부산 지역 현안을 둘러본 뒤 오후에는 전남 순천으로 이동해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한 수 물러나는 대신 이 대표의 강수에 도리어 맞수를 놓으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였다.

    윤 후보는 무리한 연락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와 관련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해야 할 것 같다.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오히려 여유를 보이기까지 했다.

    윤 후보는 "정당 내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합의점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민주적 정당"이라며 "지휘, 명령 체계가 있다면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원론적으로 에둘렀다.

    "정당 내 의견 차이 있는 것이 민주적 정당"

    이 대표를 직접 만나러 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가면 저녁이니까 (이 대표가) 부산에서 당무로 바로 복귀할지, 하루 이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선대위·최고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나 전후로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당무 파업으로 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첫 지방 일정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이 대표의 '당무 거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본인은 충청도라는 지역에 가서 열심히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 캠페인이 지금 묻히고 있는 그런 상황 아니겠나"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충남 천안에서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언론 기사가 어떤 식으로 배분되는지는 언론에서 할 문제"라며 "(충청권은) 와야 할 지역이고, 그래서 첫 번째 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고, 추가적으로 다른 지역도 현장방문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와서 많은 분들 만나고, 좋은 시간 가졌고, 제 스스로도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부산에서 장제원 의원 지역사무실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따르자,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부산에는 '리프레시' 하기 위해 간 것 같다"며 "이 대표가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선거 준비와 사무처를 통해 부산에서도 선거운동 계획과 실행 방안을 보내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을 하고 당무와 선대위 업무 수행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 대표와 소통 계획 여부와 관련해서는 "(충청 일정을) 마무리하고 생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