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께 민간사업자 상대로 "1공단 공원 무조건 수용"… "조성비 1000억원 준비해야"1공단, 당초 주거·상업 복합개발이었다가 2010년 이재명 당선 후 상황 급변… '전면 공원화'로대장동 개발 공모지침서엔 "1공단 조성비와 임대주택 용지 1블록 공사 받는다"… 유동규 의견 반영
  • ▲ 지난 2019년 3월 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19년 3월 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4년 4월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성남1공단만 공원화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제1공단 공원화 사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선거 때 내걸었던 역점 공약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시장의 공약을 이행하려다 화천대유에 부당한 초과이익을 몰아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될 당시 '1공단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후 2014년에도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과 2014년 이재명, '1공단 공원화' 공약 앞세워 성남시장 당선

    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사업 초기인 2014년 4월께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을 상대로 "1공단 공원은 무조건 수용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내용은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9월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등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공원 조성 비용으로 '1000억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원은 당시 1공단 공원 조성에 필요한 최소비용으로 추산된 금액이다.

    유 전 본부장이 언급한 '제1공단'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위치한 곳으로, 2009년까지 성남시가 8만4235m²에 달하는 옛 공단 부지를 주거·상업·공원 등으로 3분의 1씩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곳이다.

    이재명, 1공단 사업계획 변경… 피해 입은 개발사 측 성남시 상대 손배소

    하지만 '1공단 전면 공원화'를 제1공약으로 앞세운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에 오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후보는 시장 취임 후 기존 사업자들이 신청한 인허가를 '재원 조달계획 불투명' 등을 이유로 세 차례 거부한 뒤 2012년 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손해를 본 기존 개발업체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주)는 성남시를 상대로 25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 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한 뒤 2012년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을 1공단 공원 조성에 투입하는 방식의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계획을 발표했고, 2014년 5월 결합 개발계획이 고시됐다. 2015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고한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는 공사 몫으로 돌아가는 1차 사업이익 조항에 "1공단 조성비를 가져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아일보는 "유 전 본부장이 1년 전 민간사업자들에게 언급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대주택 필지 하나 빼고 나머는 가져가라"… 개발계획에 유동규 발언 그대로 반영

    또 2차 사업이익으로는 "임대주택용지(A11블록)를 제공받는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2015년 초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 씨 등에게 "우리는 임대주택 필지 하나만 주면 되고, 나머지 블록은 알아서 가져가라"고 말한 내용이 반영된 셈이다. 

    당시 이를 들은 정영학 회계사는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이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공사가 임대주택 부지만 배당으로 받아가는 안으로 공모지침서가 만들어지면 된다"고 전했다.

    당시 공사 실무진은 이 같은 공모지침서 조항 등에 반대했다고 한다. 민간에서 초과이익을 독점하게 됐으니  추가이익 배분 조건을 제시하는 신청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도록 지침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개발사업1팀 소속 주모 파트장은 1공단 공원 조성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 중 60∼70%를 공사의 수익으로 보장하는 컨소시엄에 만점을 주는 평가항목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민용 변호사로 인해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에 이런 의견은 담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공 측 이익은 고정… 화천대유는 최소 7000억대 수익 

    공사 내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민용 변호사는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인 3.3m²당 1400만원을 상회해 발생하는 추가이익은 출자지분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실무자 공문을 받고도 이를 묵살했다. 

    결국 최종 사업협약서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제외됐고, 공모지침서 공고 이후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 3곳이 대장동 공모에 응모했다.

    2015년 6월에는 공사가 1공단 조성비용(2561억원)과 임대주택용지 수익(1822억원)을 고정이익 형태로 배당받는 수익 배분안이 담긴 사업협약이 체결됐다. 이 덕에 화천대유는 배당이익으로만 4040억원, 대장동 부지 5개 블록에서 직접 시행한 아파트 분양수익으로 최소 3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유동규, 그와 같은 정무적 판단 혼자 했을 리 없어"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따지고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적으로 그런 민간업자들과 접촉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 접촉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상 그들이 다 공모관계였다는 증거나 다름 없다"며 "1공단 공원화는 이재명 후보 본인이 설계한 핵심 내용 중 하나인데, 유 전 본부장이 업자들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무슨 힘이 있어서 중간에서 그런 조율 또는 중재를 했겠느냐"고 꼬집은 이 평론가는 "그런 정무적 판단은 당시 이재명 시장이 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