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단 공원, 대장동과 10km 거리…주민들 "우리 동네 수익이 왜, 먼데 쓰였나" 불만김경률 회계사 "명확히 하면 사업 비용으로 처리된 것… 이익환수 아니다" 지적
  • ▲ 성남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근린공원 공사장. ⓒ이상무 기자
    ▲ 성남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근린공원 공사장. ⓒ이상무 기자

    성남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 현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사업에서 환수한 이익 2761억원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8일 공원화 공사는 우천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였다. 사람은 없었고 공사 장비, 자재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공사는 2019년 7월부터 시작해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이곳은 대장동에서는 직선 거리가 10㎞이며, 자동차로는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

    부지 면적은 5만6022㎡(약1만7000평)에 이른다. 이중 4만6615㎡는 공원으로, 9407㎡는 도로로 만들어진다. 공원에는 녹지와 산책로 외에 야외공연장, 사계절 썰매장, 소단폭포, 문화플랫폼 등이 들어선다.

    공사 현장 북측에는 희망대공원으로 연결돼는 나선형 육교가 지어져 있었다. 산지에 있는 희망대공원은 1공단 공원의 약 3배 크기(12만3194㎡)라서 용도가 중복되는 느낌이 있지만, 1공단 공원은 평지인 단대오거리역 일대와 가깝다는 점이 있다.

    사업 시행을 맡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1공단 공원화는 10월 기준 공정률이 92%"라며 "연말에 공사를 마치고 내년 3월 완료 목표로 진행 중인데 늦어질 수도 있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장동과 신흥동 부지가 멀어서 관련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크게는 모든 성남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시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고 균형발전을 위한 취지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도공 "모든 시민 편의 위한 것"

    인근에 넓은 공원이 없는 대장동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주민 A씨는 "우리 동네에서 난 수익이 왜 먼 동네로 쓰였는지 의아하다"며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이나 바깥에 산으로 산책을 다닐 수 있지만 아이들이 뛰노는 잔디밭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우리가 먼 1공단 공원으로 언제 가겠느냐, 그나마 가까운 곳이 분당 중앙공원"이라며 "대장동이 민관 합동 개발이라서 그런지 다른 시민들을 위해 양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민 C씨는 "우리 동네는 외딴 섬 같아서 주변 개발이 더디다. 요즘 이익을 환수한다던데 그렇다면 공원이나 다른 문화시설이 들어와야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 ▲ 성남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근린공원 공사장. ⓒ이상무 기자
    ▲ 성남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근린공원 공사장. ⓒ이상무 기자

    앞서 이재명 후보 측은 "대장동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대장동과 관계없는 별도 행정구역인 수정구 신흥동의 공단부지를 공원화 하는 공공환수 사례"라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추진하지 않았다면 기부채납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업이고 원래는 성남시가 자체 예산을 사용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경률 회계사는 지난달 20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해 "제1공단 공원화 사업은 다른 사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부채납 형태"라며 "명확히 하면 이 사업은 사업 비용으로 처리된 것이라 이익환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과 결합 개발 대상으로 지정했던 공원화 사업 부지를 2016년에 대장동 사업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결합 개발로 남아 있었다면 제1공단 공원 조성 등은 기부채납 대상이 되지만, 분리 개발을 하면 형식적으로는 대장동 개발 이익을 받아다 투자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유동규 "1공단은 무조건 수용"

    제1공단 공원화는 이재명 후보의 2010년 성남시장 당선 때부터 공약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14년 4월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이 속한 '대장동팀'에 "1공단은 무조건 수용한다"며 "1000억원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공약을 우선적으로 챙긴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성남시는 2014년 대장동과 제1공단을 묶어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1000억원은 당시 공원화에 드는 최소 비용으로 추정되던 금액이었다.

    반면 실무진 의견은 달랐다. 2014년 5월 29일 열린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남시 사업추진과장은 "제1공단 공원 조성을 위해 대장동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대장동의 공영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1공단 공원조성에 사용하고자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이듬해 성남도개공이 대장동 사업시행자로 성남의뜰을 지정할 때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국감에서 민간업자들이 막대한 배당 이익을 타낸 것에 대해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 ▲ 2014년 4월 1일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추진 협약식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가운데)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맨 오른쪽). ⓒ성남시청
    ▲ 2014년 4월 1일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추진 협약식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가운데)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맨 오른쪽). ⓒ성남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