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재명검증특위, 백현동 옹벽 아파트 현장 검증통행로엔 "노약자·임산부·어린이 등 이용 자제" 주의 안내본지 기자도 옹벽 10m 높이에서 뒤로 넘어져 중상 입을 뻔
  •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허가한 성남시 백현동 A아파트단지를 찾아 현장검증을 벌였다. 

    이곳은 아파트를 지으려 무리하게 산을 깎아 옹벽의 높이가 50m에 달하는 등 특혜 논란이 커졌다. 현장을 찾은 취재기자도 옹벽을 오르다 살인적인 경사에 뒤로 넘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

    野 검증특위, 백현동 현장 점검… "살인적인 옹벽의 위엄"

    검증특위의 김진태 위원장과 위원들은 2일 오전 50m 높이의 옹벽으로 둘러싸여 이른바 '옹벽 아파트'로 불리는 백현동 A아파트를 찾아 현장검증 및 긴급회의(제3차)를 가졌다.

    해당 부지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4단계 상향 용도변경' 등 위법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제2의 대장동 게이트'로 지목받는 지역이다.

    김 위원장은 문제의 '옹벽' 시찰에 앞서 "(개발비리 의혹) 범죄 현장검증을 왔다"며 "살인적인 옹벽이 과연 허가가 가능했는지, 실체가 어땠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백현동을 지역구로 둔 김은혜 의원 등 특위 위원들은 A아파트를 둘러싼 옹벽에 올라 "이것이 50m 옹벽의 위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옹벽 주위를 둘러싼 백현근린공원은 성남시가 기부채납 조건으로 조성한 것으로, 평지에서부터 통행로 및 등산로로 연결됐다. 차량 진입은 불가했고 경사가 상당히 가팔라 현장을 취재하던 30대 기자도 아파트 4층 높이(10m)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바닥까지 굴러 떨어졌다면 중상을 입을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 ▲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 단지 통행로. 통행로 곳곳에는
    ▲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 단지 통행로. 통행로 곳곳에는 "계단이 비교적 가파르니 어린이·노약자·임산부께서는 계단 이용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 등 내용의 주의 안내가 붙어있었다.ⓒ경기 성남=손혜정 기자
    실제로 통행로 곳곳에는 "계단이 비교적 가파르니 어린이·노약자·임산부께서는 이용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 특히 우천·동절기에는 안전(방판·미끄럼 등)상 계단 이용의 자제를 부탁드린다"는 주의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신과는 배치되는 무리한 개발 추진의 흔적이었다.

    계단을 오르며 옹벽을 살펴보던 김은혜 의원은 "계단이 가파르니 노약자·어린이·장애인 등은 백현근린공원으로 갈 수가 없다"며 "(개발업자들이) 수천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고 주민에게 돌아갈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내로남불… 성남시장 땐 특혜, 도지사 땐 제약"

    이병철 특위 부위원장(법무법인 세줄 변호사)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산지관리법 등 위반으로 옹벽을 허가해준 이 후보가 정작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지자체에 과도한 옹벽 제약 지침을 내려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옹벽의 최대 높이가 50m인데 현행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수직 높이가 15m 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며 "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부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옹벽과 아파트 사이의 거리는 옹벽의 높이와 정비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옹벽과 인접한 한 아파트는 옹벽과 불과 10m도 안 되는 거리였다.

    이 부위원장은 또 "2015년 성남시장으로서 50m의 옹벽을 허가했던 이 후보가 2018년 경기지사 때는 산사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옹벽을 6m 이하로 하는 산지관리지침을 만들어 기초단체에 하달했다"며 "법은 15m 이하까지 허가인데, 개발을 아예 못하게 해서 지자체들이 난리"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 같은 이 후보의 행위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백현동 개발 당시 '재해가 우려돼 과도한 절성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적극적 개발하면 안 된다'고 권고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결과 통보서도 현장에서 공개됐다. 

    홍종기 특위 위원(국민의힘 경기도 수원정 당협위원장)이 공개한 통보서에 따르면 "옹벽의 최고 높이는 3m가 넘지 않도록 하고, 아파트 층수는 10층 이하로 하는 것이 안전하며, 임야 훼손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종합의견서'는 "대규모 절성토 토공작업에 따라(산을 깎아낼 경우) 호우 재해 및 토사 유출 등이 예견된다"는 점을 경고했다.

    홍 위원은 "이런 심의 결과를 모두 통보받고도 이에 전부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백현동 개발계획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특위 차원에서 명백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 ▲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검증특위)가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백현동 부지에서 긴급 현장회의를 열고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경기 성남=정상윤 기자
    ▲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검증특위)가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백현동 부지에서 긴급 현장회의를 열고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경기 성남=정상윤 기자
    "엘리베이터 없이 접근조차 불가한 산책로… 암벽 등반 수준"

    옹벽 뒤 근린공원의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하산한 김 위원장은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가 아니라 '아버님 댁에 엘레베이터 놔 드려야겠어요'라는 말이 나온다"며 "공원을 올라가는데 숨이 헐떡거린다. 산책이 아니고 암벽 등반 수준"이라며 "이게 백현동의 실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장동 비리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 땅값 상승 차액 4000억원 상당, 아파트 분양 차액 3000억원 상당, 약 1200세대의 백현동 아파트에 무려 700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제는 백현동의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 후보에게 '배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견해에 "대장동 3인방, 4인방으로 끝내려는 속셈이 다 드러난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판단이 바로 배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수사하라고 했는데 제대로 수사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면죄부를 내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 특검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장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 주민은 취재진에게 "산책로가 너무 가팔라 이용을 못할 지경"이라며 "시행사가 통행로 엘레베이터를 해주기로 합의서도 썼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이재명특위)가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백현동 부지에서 긴급 현장회의를 열고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김진태 특위위원장은
    ▲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이재명특위)가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백현동 부지에서 긴급 현장회의를 열고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김진태 특위위원장은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대장동을 넘어 백현동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미진한 검찰수사를 대신해 이재명특위가 수많은 의혹을 파헤쳐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경기 성남=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