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춘식 '성남도공 내부 문건' 공개… 당시 시세 평당 300만~400만원황무성 전 성남도공 사장, '대장동 개발구역 지정 이후 사업방식 결정' 건의성남시, 황무성 건의 묵살… 이재명 "구역지정 전 SPC 추진" 직접 지시
  • ▲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강민석 기자
    ▲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강민석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전, 주민들이 거래 시가보다 낮은 평당 230만원 강제수용 방식을 강력히 반대해 사업시행 방식을 '구역 지정 이후' 결정해야 한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내부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묵살됐다는 정황이 18일 파악됐다.

    대장동 주민들, 평당 230만원 강제수용 반대… "이재명이 묵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2013.09~2015.03)은 대장동 주민의 토지 강제수용 반대 의견을 고려해 사업 시행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등 취지의 내용을 성남시에 건의했으나 묵살당했다.

    황 전 사장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을 보름 남짓 앞둔 2015년 3월10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황 전 사장의 퇴임 배경에는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1월7일 성남시에 공문을 통해 "당시 거래 시세가 평당 약 300만~400만원인 반면, 강제수용 시 보상비가 평당 약 230만원에 불과해 대장동 주민들이 강제수용 방식을 강력 반대 중"이라고 보고했다.

    황 전 사장은 이어 "환지 방식 등으로 주민 간 합의를 도출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사업 시행 방식은 주민 민원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구역 지정 이후'에 개발계획 수립 시 결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성남시, '대장동 사업방식 향후 결정' 건의 묵살… SPC 추진

    황 전 사장의 건의에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같은 해 3월12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구역 지정 이전 업무위탁 계약을 하여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성남시청의) 도시개발사업단은 도시개발구역을 빠른 시일 내에 지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 지시를 받은 성남시는 3월20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공문을 보내 '업무위탁 협약서상 사업 시행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출자하는 SPC(특수목적법인) 또는 도시개발공사로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협약서(안)을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법률적으로 도시개발구역이 지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같은 해 4월1일 '사업 시행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출자하는 SPC 또는 도시개발공사'가 되는 내용으로 공사와 협약서를 체결했다.

    법적으로 대장동 도시개발구역이 지정된 것은 이 협약서 체결 이후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5월30일이었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SPC인 '성남의뜰'에 지분 50%+1주를 출자해 토지 강제수용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타당성 용역을 진행한 친(親)민주당 성향의 성남 소재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용역보고서에서 '원주민들로부터 토지 강제수용을 위해서는 성남공사가 50%를 초과한 지분으로 SPC에 참여해야 한다'고 적시한 내용에 따른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결재했다.

    "SPC, 누가 배후에서 지시했나… 명확한 수사 필요"

    최 의원은 "황 전 사장이 사업 시행 방식을 구역 지정 이후 개발계획 수립 시 결정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건의가 묵살되고 구역 지정 전에 이미 사실상 강제수용을 포함한 SPC로 사업 방식이 결정됐다"며 "건의를 받은 성남시가 배후의 누구 지시에 의해서 토지 강제수용 방식과 SPC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게 했는지 명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동 게이트는 SPC인 '성남의뜰'이 사업 시행을 위해 컨소시엄에 포함시킨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가 출자금 대비 과다 배당금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 지사는 당초 계획에 없던 SPC가 사업 시행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성남의뜰이 개발에 참여하게끔 설계했다는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으로 지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