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성남시설공단 인사권, 이사장 아닌 기획본부장 전결로 개정지역 인사 "가장이 가장 노릇 못해"… 李에 '염동준 인사권' 회복 요청성남公 관계자 "당시 실세는 유동규"… 李, 유동규 구속에 책임론 일축
  •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유동규 씨가 성남시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시절 공단 이사장보다 더한 인사 실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1년 2월11일 염동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취임했지만 약 6개월간 인사권은 공단 '실세'로 불렸던 유동규 씨가 휘둘렀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성남호남향우회 관계자들이 이재명 시장을 찾아가 염 이사장의 인사권 회복을 촉구하는 등 지역 정치인과 유지들의 요청으로 염 이사장의 인사권이 2012년 6월 퇴임까지 보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동준 이사장, 인사권도 없어"

    시설관리공단 사정을 잘 아는 한 지역 인사는 "이재명 당시 시장을 만나 '염동준 이사장이 인사권도 없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가장이 가장 노릇을 못한다'고 말했다"며 "이 시장이 이후 (염 이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인사권 문제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여 년 넘게 재직 중인 내부 관계자도 "유동규 씨가 당시 실세 역할을 했다"며 "(당시) 염 이사장에게 인사권을 줘야지 본부장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염 이사장과 제가 한참 사무실에서 (인사권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문제는 2011년 7월15일 성남시의회 본회의에도 등장한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유근주 시의원은 "염동준 이사장이 부임하기 전에 유동규 현 기획본부장을 지난해 10월 이사장직무대행으로 공단에 먼저 보내 정관 및 규정 개정작업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성남시의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2011년 1월14일 공단의 임원인사 규정은 이사장에 대한 복종의 의무 규정 삭제와 직원의 인사권을 기획본부장 전결 등으로 일부 개정됐다.

    이에 유 시의원은 "이는 이재명 시장의 내락이 없이는 불가능한 사항"이라며 "대외적으로는 공단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놓고 실제로는 이사장의 손발을 묶은 채 권한을 무력화시켜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성남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이던 유씨는 같은 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시 성남시장선거에 출마하자 성명을 내며 지지를 선언했다. 유씨는 이 지사 당선 후 시장직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았다가 2010년 10월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자리를 꿰찼다.

    유동규, 기타임명권자 인정으로 성남公으로

    당시 채용공고에는 공무원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경력 소지자 등 다섯 가지 자격요건이 명시됐으나 유씨는 그중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2010년 10월20일 회의록에 따르면, 유씨는 임원 자격요건 충족 여부를 묻는 최윤길 성남시의원 질문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기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자'로 채용됐는지를 묻자 유씨는 "그렇다. 맞다"고 답했다. 당시 임원추천위원장은 이재명 지사 최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었다.

    성남시는 2011년 3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대장동 일대를 공공개발 방식으로 개발하기로 심의의결하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유씨는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행에 올랐고, 이때 대장동사업을 총괄지휘했다. 그러다 2018년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4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당직판사는 지난 3일 유씨를 대상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씨의 구속영장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핵심 인물인 유씨가 검찰에 구속됨에 따라 해당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유씨가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 화천대유 측 인사들을 관여하게 한 것으로 의심한다.

    대장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유씨가 2014년 10월 신설한 전략사업팀에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4호 소유주(남욱 변호사)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와 천화동인5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대장동사업 심사위원에도 포함됐다.

    검찰은 유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대장동 개발이익 25%를 받는 대가로 해당 사업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한전 직원 부정행위, 대통령 사퇴하냐"

    이재명 지사는 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미실'에서 진행된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겠느냐'는 질문에 "휘하 직원의 일탈에 대해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고 에둘렀다.

    그동안 유씨가 측근이 아니라며 관계에 적극적으로 선을 그어온 이 지사가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사안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책임론을 일축한 것이다.

    유씨 구속에 관해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한전 직원이 뇌물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