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지지자 몰려 인산인해…"작년 與 대구 봉쇄 주장은 미친소리"주 120시간 노동 논란엔 "반대쪽 인사들의 왜곡…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
  •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회관계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2.28기념탑 참배를 시작으로 대구를 방문해 서문시장, 동성로, 동산병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방문했다.ⓒ대구=정상윤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회관계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2.28기념탑 참배를 시작으로 대구를 방문해 서문시장, 동성로, 동산병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방문했다.ⓒ대구=정상윤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야권의 핵심 지지 지역인 대구를 찾아 민심을 청취했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 전 총장이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특히 대구 의료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코로나 확산을 겪은 일을 언급하며 "우환봉쇄 같은 미친 소리" "대구가 아니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등 대구 유권자 달래기에 나섰다.

    尹 등장에 대구 시민 "광주서 비석이나 닦아라"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대구를 방문해 2·28민주운동기념탑을 참배한 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측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는 지지자와 유튜버들이 뒤섞여 300여 명이 운집했다. 윤 전 총장이 도착하자 시민 한 명이 "윤석열 광주에서 비석이나 닦아라" "대구는 왜 왔냐. 윤석열 물러가라"고 외쳐 소란이 일었다. 대구 방문에 앞서 지난 17일 제헌절을 맞아 광주를 찾은 데 따른 불만의 표시였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1948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주는 4·19혁명으로 우리나라 민주화가 더욱 발전했다"며 "2·28정신은 과거 기억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대구시민 여러분과 경북도민 여러분이 전부 힘을 합쳐 산업화를 선도해온 이 지역이 다시 한번 법치 민주화 기반에 입각해 재도약하고 큰 번영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K 지역은 나라의 미래 생각하는 진보적 도시"

    한 원로 자문위원이 일각에서 대구를 '보수 꼴통의 도시'로 비유하는 데 따른 의견을 묻자 윤 전 총장은 "우리 사회가 보수, 진보라는 정치적 진영으로 갈려서 갈등과 대립으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저는 대구·경북 지역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보수는 이 지역이 어른을 공경하고 유교문화가 잘 안착한 곳이라는 뜻이지, 진영에 있어서 보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기득권을 수호하는 그런 식의 보수는 없다"고 강조한 윤 전 총장은 "더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민의 권리가 훨씬 중요시되고, 나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진보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윤 전 총장은 상가연합회의 고충을 청취했다.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서문시장 일대는 교통이 마비됐고, 지지자들은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회의실 앞에서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윤 전 총장은 특히 동산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해 코로나 확산 초기에 여당에서 '대구 봉쇄'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 격분했다. 

    "지난해 2월 대구에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커녕 우한봉쇄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소리까지 막 나왔다"고 회고한 윤 전 총장은 "대구시민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위로했다.

    지난해 2월 홍익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대구·경북 지역을 대상으로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발언 수위를 올리며 적극적으로 대구 민심을 달랬다. "코로나 초기 확산 지역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구에서 애를 많이 쓰셨다"고 치켜세운 윤 전 총장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애써주신 데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지금 정권은 K방역으로 덕을 톡톡히 봤지만, K방역을 만들어낸 데가 바로 이 장소 아닌가"라며 "동산병원 의사·간호사뿐 아니라 대구의 많은 의료진분께서 다 모여 코로나 치료와 확산 저지에 애쓰셨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주52시간근로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주 120시간 노동'이라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 "일고의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마치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모양"이라고 짚은 윤 전 총장은 "근로자에게 주 120시간 동안 일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근로자 스스로 유리한 근로조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일을 하더라도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노사 간 합의에 의해 변형할 수 있는 예외를 두면 좋겠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여론조사 하락 지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최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아 지지율이 빠진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당 등 선택지를 고르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스킨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만 바라보는 일관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란' 발언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만큼 대구시민들이 인내심이 강하고 어렵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 난리통이 진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역감정은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거론하거나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박 전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국민통합에 필요한지 여부를 보고 판단할 문제다. 많은 국민이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저 역시 그분들 심정에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는 "예를 들면 공무원연금 개혁 등 누구도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내리셨다"며 "이런 부분들은 존중받을 만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 입당이 아닌 다른 방안이 있느냐고 묻자 "생각한 적이 없다"며 "어떤 방식이든 간에 야권을 통합해 단일후보를 내는 것은 지상명제"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