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역할 미흡"… 윤석열, 국민의힘에 또 거리 두기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준비를 본격화했다. 경선준비위원회 가동에 이어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이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운동을 공개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품은 국민의힘이 당 밖 핵심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의 제1야당 역할이 미흡하다"며 여전히 거리를 두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더 많은 대선주자들과 함께 '완전 충전'된 상태로 대선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의힘 중심의 버스론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청에 위치한 회의실 배경 현수막에 충전 중인 배터리 표시와 함께 '로딩중'이라는 글귀를 내걸었다. 국회 본청의 회의실 배경 현수막은 각 정당이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곳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범야권 대선주자들이 모두 당 안에서 경쟁하는 '빅텐트'를 주장했는데, 지난주 최 전 원장의 합류로 당 밖 대선주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모여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 대표는 "최 전 원장의 입당을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다"며 "비빔밥을 완성하기 위해 한 분 한 분 사람이 모이고 있는 것을 '로딩중'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상수·유승민 전 의원, 윤희숙·하태경·홍준표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들의 정책공약을 하나 하나 거론한 이 대표는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께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비전을 최대한 국민과 당원에게 전달할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는 국민에게 네거티브와 정쟁이 아닌 정책과 비전, 희망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당외 주자들 사이에서 제3지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는 지적에 "호사가들이 얘기하는 것과 다르게 저는 (당외 주자들이) 국민의힘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고 들었다"며 "배터리를 100% 채우는 날을 기대해 달라"고 호언했다.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을 맡은 김은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 경선 버스에 탑승하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에 있지 않았던 대선후보도 입당하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는 로딩의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부지런히 국민의 마음을 실어 날라 '풀 충전' 국민의힘의 이름으로 최고의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포함한 당원들이 자유롭게 당내 대선주자 선거 캠프에서 직책과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의결했다. 당내 주자에게만 인센티브를 제공해 당 밖 주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입당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노력에도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각종 의혹 제기에 지지율 변화가 있으나, 범야권 1위라는 대세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전국 민심을 청취하고 나서 입당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견해를 반복했다.

최근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야권 전체를 보호해야 할 국민의힘이 당에 들어오느니, 안 들어오느니, 버스에 타느냐, 안 타느냐 이런 문제에 집착한다"며 "야권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소아적인 생각을 버리고 큰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문재인정권 실정에 대한 견제가 부족해 제1야당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김 전 의원은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처해 야권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 입당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3지대에서 중도 확장으로 외연을 넓히며 야권 대선판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못하면서도 정권교체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을 엮어 지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김 전 의원은 "지금 제3지대에서 하는 일은 외롭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