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정부가 방역 실패해 놓고 우리한테 왜 그러나"… 김부겸 "코로나 불길에 기름" 단호 대처
  • ▲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7·3전국노동자대회' 자제를 거듭 요청했으나, 민주노총은 집회 강행 의지를 밝히며 면담을 거절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민주노총을 찾았으나, 건물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1만 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했다.

    김 총리는 건물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민주노총 이양수 부위원장과 한상진 대변인에게 "지금 절박하다. 이번 한 번만 도와 달라"며 "지금 어디선가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되면…"이라며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 와중 집회 자제를 호소했다.

    이에 민주노총 관계자 30여 명은 '집회를 보장하라' '말만 노동 존중'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김 총리를 막아선 채 "정부에서 방역 실패한 것을 왜 우리에게 와서 그림을 만들려고 하는가"라고 따졌다.

    "야구·콘서트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나"

    이 부위원장은 "(김 총리가 방문하는 바람에 노조원이 모여 있는) 지금 이 상황은 방역법 위반 아닌가"라며 "야구 경기, 콘서트는 되지 않느냐. 우리도 나름대로 국민들 걱정을 알고 있고, 충분히 준비할 능력도, 경험도 있다"며 집회 허가를 촉구했다.

    김 총리가 "집회 신고대로 흩어져서 50인 이내로 하실 것인가"라고 묻자, 이 부위원장은 "모여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집회를 마련해 달라"며 사실상 김 총리의 제안을 거부했다.

    김 총리는 결국 양경수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도착 10여 분 만에 자리를 떴다. 총리실에 따르면, 이후 김 총리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양 위원장과 약 10분간 통화하며 집회 재고를 요청했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서는 "아침 상황점검회의 때 코로나19 상황의 급박함을 느끼고 사전 협의할 여유도 없이 급히 방문하게 됐다"고 양 위원장에게 해명했다.

    지난달 들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던 우한코로나 확진자는 지난주부터 다시 늘어 이날 8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 이후 최대치이며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체제 하에서는 3단계 진입에 해당한다. 정부는 새 거리 두기 체제를 1주일 유예한 만큼 이번주 상황을 지켜보며 수도권 지자체와 방역 수준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부겸 총리는 이날 오후 대국민담화를 내고 민노총을 향해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총리는 “지금 수도권에서 대규모 집회는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전국에서 대규모 인파가 모여 함께 함성과 구호를 외치는 것이 이 상황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민노총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