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체계에 새 전기" 오세훈 도전에… 정부·의료계 "4차 유행 초래할 위험 있어" 우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상생방역'을 추진하기로 한 것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대표적으로 유흥주점업계는 "정부의 일률적 규제방역이 오히려 '몰래영업'을 부추긴다"며 오 시장식 방역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집합금지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난색을 표했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고 밝혔다.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영업시간 등을 달리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고, 손실 보상을 추진 중이지만 종국의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며 "근본적인 해법은 영업할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吳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 신속항원검사키트 도입"

    오 시장은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활용한 시범사업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늘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했다"고 밝힌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신속한 사용승인을 식약처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서울시는 식약처의 사용승인과 별도로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활용한 시범사업 시행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이미 승인한 방식으로 노래연습장에 시범도입해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해 다음주 시행 방법과 시행 시기 등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오 시장은 "서울형 거리 두기 매뉴얼이 시행된다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해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 시장은 이어 "'서울형 거리 두기' 전면 시행 전 특정 업종에 한해 시범 실시하는 경우에도 중대본과 협의를 거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되 방역수칙은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위반업소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해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는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운동 기간 오 시장은 일괄적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정부 지침에 반대하며 업종별·업태별 방역수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유흥업중앙회와 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등에 이메일을 보내 유흥시설·식당 등 형태별 분류와 맞춤형 방역수칙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유흥·단란·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오후 5~12시,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4~11시, 콜라텍과 일반식당·카페는 기존처럼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다양화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유흥주점업계 "살 길은 '몰래영업'뿐… 일률적 집합금지가 감염 더 늘려"

    유흥주점 점주들은 '서울형 거리 두기'를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유흥주점 종사자 이모 씨는 12일 통화에서 "그동안 확진자들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유흥시설은 대부분 집합금지에도 몰래 영업하던 곳들"이라며 "몰래 영업을 하던 곳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QR코드 등 출입명부 작성을 하지 않고, 영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환기도 하지 않고 밀폐된 환경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몰래영업'이 오히려 확진자 증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 격리치료 장소인 서울 중구 서울유스호스텔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의료진 업무와 관련해 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 격리치료 장소인 서울 중구 서울유스호스텔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의료진 업무와 관련해 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유흥시설이 몰래 영업하는 이유가 "몰래 장사해서 얻는 이익이 적발됐을 때의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라며 "가게를 열면 최소 수십 명의 생계비가 충당되는데, 하루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는 것이 차라리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집합금지를 잘 지킨 점주들 사이에서는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며 노력한 것이 후회가 된다는 말이 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서 대출도 막아 놓고 생활자금 지원도 막아 놓고 문 닫고 죽으라 하는데 몰래영업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이씨는 "늦은 시간에 손님이 찾아오는 업종 특성상 차라리 영업시간을 합법적으로 늘려주는 것이 오히려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률적 집합금지는 도리어 숨은 감염원을 늘리게 되는 꼴"이라며 "정부는 코로나 확산 책임을 유흥업소에만 돌리지 말고 그동안 방역 허점들을 제공한 것에 따른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서울형 거리 두기' 방안에 난색을 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1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이유는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줄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거리 두기 원칙에 맞게 서울형 거리 두기 수칙이 마련됐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4차 유행 위험 앞두고 실험할 때 아냐" 지적도

    정 청장은 이어 "유흥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쓰기 어렵고,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체류하는 특성이 있으며, 또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부분도 분명히 확인됐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는 유흥시설에 대해 불가피하게 집합금지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시설 책임자나 이용자가 기본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이 서울시가 따로 방역대책을 마련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방역전선에 혼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방역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업종별 맞춤형 방안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4차 유행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 아래 관리돼야 한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 감염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험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1년3개월 동안 대유행을 여러 번 겪으며 쌓아온 자료와 사례를 돌아보며 과학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가진단에 쓰이는 신속진단키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서울대 연구팀에 따르면 신속항원진단키트는 기존 유전자 증폭 검사 대비 17.5%의 민감도를 보이는 데 그친다"고 설명한 김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오 시장의 주장은 실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