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약질의서 "박원순 추진 사업 75% 수정"… 태양광 미니 발전소·도시농업도 정리할 듯
  •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6층 집무실에서 사무 인계인수 책자에 서명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6층 집무실에서 사무 인계인수 책자에 서명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4·7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에 재입성하면서 서울 시정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정책공약 질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사업 중 75%를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이 강행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전면중단하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업무 복귀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광화문광장 사업 시민 의견 재수렴·재복원 등 검토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한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을 중단하고 시민 의견수렴 재개, 재복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를 통해 "시민들은 광장 재조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하는지 모른다"며 "이런 무모한 결정의 배후는 밝혀져야 한다"고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은 총 79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했다. 광장 서쪽 도로를 모두 없애 광장으로 편입하고, 주한 미국대사관 쪽 동쪽 도로는 7~9차로로 넓혀 양방향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형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민생당·정의당 등 야당 소속 서울시의원을 비롯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그동안 숱한 논란이 제기됐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밀어붙인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미 세종문화회관쪽 도로를 파는 작업이 완료돼 사업을 폐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개선 방향을 정하기 위해 용역연구를 진행하는 등 시장님이 보고받은 뒤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선 소감 밝히며 "성추행 피해자 업무복귀하도록 잘 챙기겠다"

    오 시장은 또 전날 당선 소감을 밝히며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오 후보 당선 확실 연설 때 그동안 힘든 시간이 떠올라 가족들이 함께 울었다"며 "저를 잊지 않고 말해주시고 잘 살펴주신다니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개한 질의서에 따르면,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정책 중 약 75%를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사업과 도시농업공간조성 사업, 시민숙의예산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등도 정리 수순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임기가 1년3개월밖에 남지 않아 기존 정책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그러나 "이번 시장선거가 향후 5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여야가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았겠느냐. 내부에서도 오 시장이 1년짜리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기존 정책이 바뀔 것에 대비해 10년 전 오 시장 시절 사업들을 분석하는 부서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