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모의 방식 지휘훈련…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 노동신문 담화"미리 공개한 계획 실행하면서 한미 압박… 존재감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분석
  • ▲ 김여정은 16일,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한국 측에
    ▲ 김여정은 16일,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한국 측에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뉴시스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김여정을 앞세워 대남 비방을 내놨다. 김여정은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를 비난했다.

    "동족 겨냥한 침략전쟁 연습 본질과 성격 달라지지 않아"

    김여정은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면에 낸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은 이어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 방식(시뮬레이션)의 지휘소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우리는 지금까지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전제한 김여정은 "몰래 진행되든 악성 전염병 때문에 볼품없이 연습 규모가 줄어들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여정은 "그럼에도 남조선 당국은 또 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고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교류협력기구를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 중이고, 이런 중대 조치들은 이미 최고수뇌부에 보고한 상태"라고 문재인정부를 압박했다.

    "文, 임기 말에 편안치 못할 것… 바이든, 잠 설칠 거리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남북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예고한 김여정은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고 협박했다.

    김여정은 미국을 향해서도 협박 메시지를 내놨다. "이 기회에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고 밝힌 김여정은 "앞으로 4년간 발편잠(발 뻗고 편하게 자는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 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 "북한, 먼저 공개한 계획 시행하면서 한미 압박하려는 의도"

    김여정이 내놓은 협박을 두고 북한전문가들은 북측이 미리 예고한 행동을 실행해 가면서 한미 당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봤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16일 통화에서 "이미 최고지도자들의 플랜이 나왔기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며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준다는 식으로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같은 날 통화에서 "예고한 행동을 실제 실행하되 수위를 조절해가며 압박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움직임"이라며 "쿼드 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가 언급되고 한미 2+2 대화가 목전인 상황에서 북한도 입장을 표명하고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부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축소 실시된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따라 북한도 비례해서 저강도 대응을 하는 수준"이라며 "이번 담화를 통해 주변국에 북한도 주요 행위자임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향후 긴장국면이 얼마든지 더 조성될 수 있고 그 책임은 한미 당국에 있음을 미리 밝히는 명분 쌓기용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