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허위보도 낸 직원들 감싸기 위해 수신료 낭비… 횡령죄로 경영진 엄벌해야"
  • ▲ 9일 오전 양승동 KBS 사장과 국은주 전략기획실장, 류해남 법무실장 등 3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한 허성권 KBS노동조합위원장. ⓒ뉴데일리
    ▲ 9일 오전 양승동 KBS 사장과 국은주 전략기획실장, 류해남 법무실장 등 3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한 허성권 KBS노동조합위원장. ⓒ뉴데일리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이 양승동 KBS 사장과 간부 2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9일 오전 KBS노조는 "지난해 '검언유착' 오보를 내보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된 KBS 경영진과 보도 관계자들을 변호하기 위해 KBS가 '소송비용'을 부담한 것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재정에 손실을 가져온 범죄행위"라며 양승동 사장과 국은주 전략기획실장, 류해남 법무실장 등 3명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앞서 KBS노조는 지난해 8월 5일 "한동훈 검사장이 유력 방송 기자와 함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넘어뜨릴 공모를 했다는 '오보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언론보도에 흠이 가도록 만들었다"며 양승동 사장, 김종명 보도본부장,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이영섭 사회재난주간 등 총 9명을 형사고발했다. 같은 시기 한 검사장도 김 보도본부장 등 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KBS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를 양 사장 등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약 5000만원의 수임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언유착 오보로 KBS 명예 실추… 왜 회사가 소송비 내나?"


    KBS노조는 "양승동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BS 법조팀 기자들이 이동재 채널A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사이의 유착관계 의혹을 보도한 이른바 '검언유착' 오보가 업무상 과실이 맞다고 인정했음에도 이들의 소송비용을 한국방송공사 비용으로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양 사장은 KBS 단체협약 제33조를 근거로 소송비를 지원했다고 국정감사에서 해명했으나, 이 조항은 조합원이 '정당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거나 그 결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경우 사측은 법적 대응 및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정당하지 않은 업무수행' 결과로 빚어진 소송비용을 회사가 부담한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했다.

    또한 KBS노조는 양 사장을 포함한 보도 관계자 9명이 고발된 이들의 변호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출한 것은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 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한다'며 '단체의 대표조차도 그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4도6280 판결 등 다수).

    이에 양 사장은 물론, KBS의 대표자가 아닌 직원들에 대한 변호사 선임비용을 KBS가 지출한 행위는 횡령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는 게 KBS노조의 주장이다.

    KBS "업무상 횡령 아냐… 노사협약 따라 변호사 수임료 지출"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KBS는 9일 "회사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을 보호하려는 회사에 대해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문제를 삼은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BS는 "노조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된 직원들의 소송 수임료를 KBS가 지불한 행위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으나, 해당 판결은 뒤이어 '법적 분쟁이 해당 단체와 업무적 관련이 깊고,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되더라도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KBS의 대표자인 양승동 사장이 KBS의 보도로 고발된 사건의 소송비용을 KBS가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해석한 KBS는 "정당한 업무수행 과정의 결과로 발생한 이번 소송에 대해 KBS와 KBS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소송 수임료를 지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KBS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사장이 '검언유착' 의혹 보도 행위가 업무상 과실이라고 답변한 것을 근거로 이를 정당하지 않은 업무수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장의 국회 답변은 해당 보도 행위가 '뉴스9' 보도를 위한 정당한 업무수행 과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임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언유착 오보로 징계해 놓고, 이제와서 '정당한 업무수행' 궤변"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따르면 KBS가 변호사 수임료로 약 5000만원(추정)을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5000만원은 2만가구가 매달 납부하는 수신료와 맞먹는 금액"이라며 "공영방송 KBS가 허위·왜곡보도를 비호하기 위해 이 같은 거액을 멋대로 사용하고 법무법인에 지출한 행위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재정을 손실하는 범죄행위에 준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양승동 사장은 '조합원이 정당한 업무수행을 하다 소송을 당할 경우, 공사가 조합과 협의해 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마치 도깨비 방망이인 것처럼 오해하는 듯하다"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된 이들 가운데 부장급(사회부장) 직원이 있는데, 현행 노동법상 부장급 직원은 단협대상이 아니므로, KBS가 그에 대한 법무비용까지 지원했다면 단체협약 위반인 동시에 또 다른 법률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 위원장은 "양승동 사장은 지난해 11월 인사규정 제55조(명령불복종, 직무태만, 지휘감독소홀 등)를 적용해 '검언유착' 오보 사건에 연루된 사회부장, 법조팀장, 법조반장 등 기자 3명에게 감봉1월과 견책 등의 징계를 내렸다"며 "양 사장 스스로 이들에 대한 '셀프징계'를 내려놓고, 이제 와서 무슨 '정당한 취재업무'를 운운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