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안업체 “지난 3년간 북한 인터넷 사용량 300% 급증… 불법사업 관련성 의심
  • ▲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최고존엄' 티셔츠.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최고존엄' 티셔츠.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지도층도 아마존 등에서 온라인 쇼핑을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존닷컴 상품화면 캡쳐.
    북한 지도층들의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졌다는 주장이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에서 나왔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진 게 아니라 해킹 등 북한 정권의 불법적 행위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美보안업체 선임연구위원 “북한 지도층, 아마존·알리바바 쇼핑도 한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리코디드 퓨처’의 프리실라 모리우치 선임연구위원 겸 하버드대 JFK스쿨 비상임 교수가 “지난 3년 동안 북한의 인터넷 사용량이 300% 이상 증가했다”면서 “북한의 정치·군사 지도층이 인터넷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프리실라 모리우치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층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도 이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에서 온라인 쇼핑도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모리우치 선임연구원도 북한 해커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해커들이 온라인 도박과 비디오 게임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금융업체와 은행도 공격한다. 또한 암호화폐를 훔치거나 암호화폐거래소를 해킹하고, 채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전문가 “인터넷 사용 증가, 해킹 등 불법사업 연관 가능성”

    북한전문가들은 북한 지도층이 인터넷을 마음대로 쓴다는 주장에 의문을 품었다. 방송에 따르면, 매튜 하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리코디드 퓨처가 최근 몇 년 동안 분석한 북한 관련 내용을 설명하며 “북한의 인터넷 사용률 증가는 사실 정권의 불법사업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 북한군 사이버전 부대를 찾은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군 사이버전 부대를 찾은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 연구원은 “과거 북한에서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던 시간이 주말이나 저녁이었는데 이는 주로 여가를 위해 사용됐다고 풀이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증가한 북한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주로 평일 업무시간대였다. 즉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목표달성을 위해 인터넷에 더욱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북한 지도층이 아마존 등에서 온라인 쇼핑을 했을 가능성은 하 연구원도 인정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7월 “북한 등 제재 국가에 상품을 판매한 뒤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아마존에 13만 달러(약 1억49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를 언급한 하 연구원은 “이것이 북한 지도층의 ‘해외직구’ 사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북한 지도층이 사용하는 인터넷도 감시당할 것이므로 사용자는 자가 검열을 하면서 과도한 사용은 자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IT정보 전문매체 “모리우치 연구원 주장, 사실일 가능성 낮아”

    북한 IT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스코리아 테크>의 마틴 윌리엄스 편집장은 모리우치 연구원의 주장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윌리엄스 편집장에 따르면, 모리우치 연구원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대부분 2017년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북한의 인터넷 접속은 여전히 통제되고 감시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 지도층이 아마존에서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윌리엄스 편집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해외직구’를 했다고 쳐도 배송은 어떻게 할 거냐”며 “특히 북한 사람들에게는 외화지불이 가능한 결제수단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이든 알리바바든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외화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는 북한에서는 그런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된다.

    최근 영국에서 나온 보고서도 윌리엄스 편집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영국의 미디어 분석업체 '위아 소셜(We Are Social)'과 캐나다 SNS 관리 플랫폼 기업 ‘훗스위트(Hootsuite)’가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 ‘2021 디지털: 국제현황’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 가운데 0.1% 미만만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최하위인 남수단(8%), 에리트리아(6.9%)보다 낮은 수치다. 참고로 한국의 인터넷 접속율은 97%대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