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안 나면 화재공제료 못 돌려받아 가입 꺼려"… 전통시장 화재 예방 사업 예산도 점점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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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이 제수용품, 선물세트 등을 구매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2019년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화재, 지난해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 화재 등 매년 전통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공제 가입률은 약 14%에 그쳐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가입 유도와 지원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화재 예방 사업 예산도 줄어들어 대책이 시급하다.전통시장은 대체로 건물이 낡은 경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 소규모 점포가 밀집돼 있을 뿐만 아니라 비좁고 복잡한 미로식 구조 등으로 인해 화재 진압도 쉽지 않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기기 사용이 늘면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시장 환경 개선 사업으로 시설 현대화가 이뤄진 곳도 많지만 여전히 화재에 취약한 곳이 상당수다.실제 지난해 10월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3년간 전국 전통시장에서의 화재는 총 132건으로 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799억 원에 달한다. 2017년 31건의 화재로 21억1000만 원의 피해를 입었고, 2018년에는 55건의 화재로 12억2000만 원의 피해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46건의 화재로 765억 원의 손실이 생겼다. 불이 난 원인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62건(47%)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주의에 의한 화재는 43건(32.5%)이었다.'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 저조… 제주 2%로 최저그러나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공제 가입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10일 본지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18만4412곳의 전통시장 점포 가운데 화재공제에 가입한 점포는 2만6921곳에 불과했다. 가입률은 약 14% 수준에 그쳤다.지역별 가입률을 살펴보면 강원도가 31%로 그나마 가장 높았고, 충북 23%, 전북 22%, 울산 21%, 전남 18%, 인천·충남 각각 16%, 경기·대전 각각 15%, 서울‧경북 각각 14%, 경남 12% 순이었다. 제주도가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 2%로 전국 최저였고, 대구 3%, 광주 5%, 부산 6%, 세종 9% 순으로 낮았다.'전통시장 화재공제'는 지난 2017년 중기부가 전통시장의 화재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설계한 화재공제 보험이다. 운영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하고 있다. 이 상품은 전통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순 보험료로만 공제료가 산출돼 민간 손해보험보다 저렴하다. 만기 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형 상품으로 화재·전기 위험과 폭발로 인한 손해까지 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 손해액을 전액 보장한다.또 건물 소유주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특약을 통해 해당 점포를 목적물로 가입할 수 있다. 보상 한도는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6000만 원(건물과 동산 각 1000만 원~3000만 원)이다.'화재공제료' 보조 규모, 지역별로 달라… 대구는 '0''전통시장 화재공제'가 이처럼 낮은 가입률을 보이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화재공제 가입 활성화를 위해 2019년과 지난해 20억 원에 이르는 사업 운영비를 지원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지자체도 화재공제료를 보조해 주는 지역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다.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화재공제료 보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곳은 서울, 경기, 인천과 같은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 제주, 대전, 광주, 세종 등 총 8곳이다. 특히 대구는 지난 2016년 서문시장 화재로 46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으나 화재공제료는 전혀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불 안 나면 공제료 못 돌려 받아 가입 꺼리는 실정"대구의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화재공제에 가입하려는 상인들이 잠깐 늘어나지만 아무래도 (화재공제료가) 불이 나지 않으면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보니 좀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인근의 경북 경주시는 화재공제료의 60%를 시에서 환불해 준다고 하는데 대구도 과거 서문시장 대형화재 경험이 있는 만큼 지자체의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전통시장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들의 예산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기가 나면 자동으로 소방서와 연결돼 화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화재 알림 시설 설치 사업'은 지난 2017년 시범사업 이후 2018년 138개 시장에 91억8900만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2019년 177개 시장·84억5700만 원, 지난해 108개 시장·64억7100만 원으로 예산이 점점 축소되더니 올해는 44개 시장·37억34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전통시장 화재 예방 사업 예산, 점점 삭감전통시장 '노후전선 정비 사업'의 경우에는 지난해 65개 시장·60억 원에서 올해 72개 시장·54억8200만 원으로 예산이 소폭 줄어들었다.중기부 관계자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많은 예산이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화재 예방 사업 신청률도 그리 높지 않아 예산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화재공제와 화재 예방 사업 모두 더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쳐 많은 전통시장 상인분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