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2일 "성폭력 2차 피해자 보호" 법안 내고… 7월8일 박원순 특보에 전화 걸어
  •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 하루 전 성추행 피소 관련 내용을 서울시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로부터 불과 엿새 전에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보호한다면서 법 개정에도 나섰으면서 정작 자신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가해 당사자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이 같은 남 의원의 '내로남불' 행태를 두고 야당에서는 "추잡한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남인순, 서울시 젠더특보와 통화 6일 전 성폭력 2차 피해 보호법 발의

    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남 의원은 2020년 7월2일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남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이 알려진 후 2차 피해나 조직 내에서의 불이익으로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에 다양한 불이익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없어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불이익 금지에 준해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가 성폭력과 관련한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됨을 명확히 하여,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한 남 의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자에게 불이익처분을 하거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은폐·축소·방임한 기관 또는 단체에 대하여 보조금 등의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거나 그 금액을 삭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개정안에는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8가지로 명문화하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자에게는 기존 벌금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수정을 거쳐 지난해 9월24일 본회의를 통과해 10월20일 공포됐고, 오는 1월21일부터 시행된다. 

    남인순, 2013년에도 성폭력방지법 대표발의

    남 의원은 또 8년 전인 2013년에도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남 의원은 당시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쉽게 여기는 인식, 특히 약자인 여성이나 아동 등을 성별 권력관계로 보는 잘못된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지 엿새 만에 개정안 취지와 극명하게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검찰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남 의원은 2020년 7월8일 오전 10시31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인 A씨와 통화한 뒤 2분 만에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박 전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돈다"고 알렸다. 사실상 성추행 피해자의 고소 예정 사실을 피의자 측에 알린 셈이다. 

    野 "남인순, 여성 팔아 부와 명예 누려…추잡하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남 의원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 물어본 것"이라고 밝혔다가 비판을 자초했다.

    게다가 남 의원은 박 전 시장을 감싸며 민주당 내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몇몇 민주당 여성의원들에 반대에도 "진상조사에 맡기자"며 피해호소인 단어 사용을 밀어붙여 결국 관철시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피해호소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피의자를 희석시키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은 남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6일 성명을 통해 "구차하다는 표현도 아까울 만큼의 추잡한 말장난과 변명에 불과하다"며 "그간 여성을 팔아 부와 명예를 누려온 남 의원에게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를 기대했던 것이 같은 여성으로서 부끄럽기만 할 뿐"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