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부의장, 투표 진행했다 '없던 일로'… 윤호중, 공수처법 의결 땐 비용 추계 빼먹어
  • ▲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을 처리하면서 '실수'를 남발하고 있다. 사진은 9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을 처리하면서 '실수'를 남발하고 있다. 사진은 9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쟁점법안들을 처리하면서 '실수'를 남발했다. 9일 본회의에서는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법안 관련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가,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치면 안 되는 것임을 뒤늦게 알고 '투표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이러한 실수가 현행법상 '위법'까지는 아니지만, 집권여당이 잘못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입법독주가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이다.

    '투표 종료' 선언했던 김상희 부의장… 문제 제기되자 '투표 불성립'으로

    김 부의장의 '혼선'은 정기회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6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벌어졌다. 김 부의장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대신해 본회의를 진행하던 중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면서다. 

    이 법안은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수사 등을 위해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기관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이 법의 '모법'과 같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야당은 이 법안 처리를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뒤로 미뤄달라고 목록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김 부의장이 이 법안 관련 투표를 진행하려 하자 야당 의석에서는 '표결에 부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김 부의장은 야당의 반발에도 "합의된 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투표를 중단하지 않았고, 곧이어 "투표를 마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그러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직접 김 부의장에게 "이 법안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투표가) 가능하다"고 전했고,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도 "모법이 통과 안 됐는데 부수법안부터 통과되면(어떻게 하느냐)" 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제야 상황을 인식한 김 부의장은 "이미 '투표를 마치겠다'고 말했고 (투표) 결과도 집계됐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부의장은 "그러면 (투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투표까지 진행해놓고 발표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회법에는 없는 절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부의장은 결국 여야 합의를 거쳐 투표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다는 '투표 불성립'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위법'은 아니라지만… 비용추계 빼먹은 與의 연이은 '과실'

    이는 현행법의 해석상 '위법'은 아니다. 국회법에 '표결이 끝났을 때 의장은 그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한다'고 규정, 표결 결과가 선포돼야 투표 효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김 부의장이 투표 결과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 김 부의장실 관계자는 "여야는 본회의 시작 전에 비쟁점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며 "혼선이 있던 법안은 국민의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연관법으로 제외 요청이 없던 법안이고 의안 순서에 따라 표결에 부쳐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김상희 부의장의 실수나 착오, 과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여당 실수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 전에 '비용추계 절차'를 빠뜨린 것이다.

    국회법은 '예산 또는 기금상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이 발의된 경우 그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에 관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서 또는 국회 예산정책처에 대한 추계요구서가 제출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절차는 '위원회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

    곧바로 상황을 인지한 윤 위원장은 "옆에서 시끄럽게 해서 생략했다"고 해명하며 비용추계 생략에 이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 ▲ 박병석 국회의장.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박병석 국회의장.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법안 내용 모르기도… "與 잘못된 선례 만들었다"

    여당의 실수는 또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발언을 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5·18왜곡처벌법'과 관련, 민주당은 7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처벌 수위를 '7년 이하 징역'으로 하기로 했다. 야당과 '5년 이하 징역'으로 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황희 민주당 의원은 8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제 법사위에서 다른 법안들과 처리하다 보니 디테일하게 논의가 안 되고 7년으로 통과됐다"고 전했다. 결국 이 법안은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으로 수정된 뒤 처리됐다.

    연이은 여당의 '입법 실수'에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김상희 부의장 사태는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절차적 잘못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과거에 없던) 국회 선례를 만든 점에서 잘못됐다"며 "또 비용추계 관련한 윤호중 위원장의 실수 등은 (여당의 연이은 잘못은) 입법자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법에서 규정하지 않았거나 모호한 규정은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탰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수처법도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한다면서 패스스트랙 등을 통해 통과시켰다가,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니 이번에 법을 개정한 것 아닌가"라며 "문재인정부와 여당은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과정·절차상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저지르고 넘기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과거 부동산(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했다 지금 부작용도 많아졌다"며 "이(법의 부작용)를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