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폭락하자 '절차적 정당성' 강조해 역풍 대비…직권남용 '알리바이' 확보 의도 분석
  •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와 관련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뒤 연기되면서, 신속히 진행됐던 징계 절차가 일단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했다.

    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40%대 마저도 붕괴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탈 현상이 나온 것으로, 한동안 청와대가 침묵·방관 전략을 취하다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현 사태가 진정되려면 징계위 결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도 모두 깔끔하게 끝나야 한다. 징계위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은 해임이나 면직, 정직, 감봉, 견책이다. 감봉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지면 추 장관 제청으로 문 대통령이 최종 재가 한다. 

    견책 수준의 경징계 결과가 나올 경우, 문 대통령의 재가가 요구되지 않고 추 장관 선에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 때는 여권의 진짜 목표라고 꼽히는 '정권 수사 차단'을 할 수 없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친문 강성 지지층의 비난도 피하지 못한다.

    해임 결론은 정해졌는데… 秋와 '거리두기'

    청와대는 현재 "징계를 예단하지 말아달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추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만큼, 10일로 미뤄진 징계위에서도 해임에 준하는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징계위를 미룬 것은 추후 윤 총장 측의 소송전에서 '징계 무효' 판결이 나올 시, 추미애 장관과 '직권남용 공범'이 될 사태를 대비해 미리 정당성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의 역풍이 불더라도 대통령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겠다는 전략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징계위 연기에 대해 "청와대와 법무부가 공동 주최하는 '윤석열 찍어내기 명분축적쇼'"라며 "아무리 답이 정해져 있는 징계위라지만 당장 밀어붙이기에는 겉포장이 덜 됐나"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면피용 알리바이 만드느라 고생이 참 많다. 문 대통령 스스로 윤석열 찍어내기가 직권남용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훗날 사법처리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되면 추 장관 혼자 처벌받으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靑 공정성 생색, 자기방어논리에 불과"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언급은 언어도단"이라며 "청와대는 신임 법무부 차관을 징계위원장으로 지명하지 않은 것을 공정성의 발로라며 근엄한 표정으로 생색을 내고 있지만, 속내는 징계위의 결정이 내려진 후 불거질 공정성 논란을 미리 제거하려는 치밀한 계략이자 자기방어논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징계위가 미뤄져 6일간 시간을 벌게 된 여권은 그동안 출구전략을 위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여지가 생겼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9일 공수처법이 통과하고 10일 이후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되면 우리 주 지지층의 결집력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수처법 통과" "검찰개혁 2단계" 與의 기대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지난 2일 같은 방송에 나와 "(추 장관이) 1년 가까이 법무부 장관을 했기 때문에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검찰개혁 2단계는 새로운 분이 법무부 수장을 맡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내다봤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으로 통과되면,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1단계 완수'가 가능해진다. 때맞춰 퇴임 명분을 얻는 추미애 장관은 본인의 사퇴를 저울질하며 윤 총장의 거취 정리도 정당화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