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상·지원계획없이 기업에 생산전환 요구…신청업체 극소수인데 "곧 가시적 성과"
  • ▲ 우한폐렴(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KF80으로 생산라인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생산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약국이 내 건 '마스크 품절' 공지문.ⓒ정상윤 기자
    ▲ 우한폐렴(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KF80으로 생산라인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생산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약국이 내 건 '마스크 품절' 공지문.ⓒ정상윤 기자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해소한다며 공적 마스크 생산업체들에게 KF94에서 KF80 마스크로의 생산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KF94용 필터가 KF80의 그것보다 이익이 높고, 이미 확보한 KF94 원자재 처리도 문제라서다. 여기다 정부가 마스크 업체의 생산라인 변경을 어떻게 지원을 해줄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해 당장 마스크 공급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 "KF80이 KF94보다 자재 덜 소요… 생산 전환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장에 팔리는 마스크의 92~93%가 KF94 제품이며, KF80은 5%에 불과하다. 우한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자 방역효과가 우수한 KF94 마스크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5일 "의료진은 KF94와 KF99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만, 일반 시민은 KF80이나 방한용 마스크를 사용해도 감염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보건전문가들 또한 같은 권고를 내놨지만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국민들은 이를 듣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이런 수요 불균형 때문에 의료진에게 필요한 KF94마스크가 부족하고, 마스크 5부제에도 시민들이 살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국내 업체들에게 KF94 대신 KF80마스크를 생산해 줄 것을 요청했다. KF80마스크는 MB(멜트 블로운) 필터가 KF94마스크보다 20% 가량 적게 들어가고, 마스크 생산량도 대폭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지난 12일 "KF94에서 KF80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하면 원자재량 소요는 20% 감소하고 생산량은 최대한 1.5배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마스크 공급량 확대를 위해 업체에게 KF80 생산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전환 신청업체 극소수인데…식약처 "이번주부터 가시적 성과 나올 것"


    식약처는 이번주부터 마스크 업체들의 KF80 전환 생산 결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KF94에서 KF80으로 생산을 전환하기 위한 (업체들의) 설비 전환과 원자재 구입 등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MB필터 생산업체와 마스크 업체들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MB필터 업체 관계자는 "KF80용으로 필터 생산을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생산량이 늘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난 12일 KBS에 밝혔다. 게다가 KF94 필터 가격이 KF80용보다 비싸 이익이 더 남는 만큼 굳이 생산라인을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KBS는 지적했다.

    마스크 생산라인을 전환하는데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다. 때문에 실제로 KF94 대신 KF80 마스크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전체 마스크 생산업체 130여 곳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노컷뉴스가 15일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생산라인 조정 문제나 이미 구입한 원자재 사용 등 문제가 있지만 많은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참여 업체가 추가된다면 차츰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