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벌집 건드려"… 진중권 "정치를 국민 사기로 시작하면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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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던 김남국 변호사가 18일,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는 기자회견 취소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불과 57일 앞둔 상황에서 연이어 악수를 두었다. '임미리 교수 고발 논란'이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조국 수호'를 외치던 김남국 변호사가 민주당 내에서 소신발언을 해온 금태섭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민주당의 계속되는 헛발질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캠페인마저 유행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총선을 말아먹으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민주당 소속 김 변호사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인 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출마선언을 하기로 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이 지난 15일 금 의원 지역구에 추가공모를 진행하기로 한 뒤 갑작스럽게 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금태섭 의원에 대해 지도부가 원래 탐탁치 않아 했다"며 "당이 출마를 종용했다 여론이 안 좋으니 잠시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김남국, 출마선언 기자회견 돌연 취소… "선의의 경쟁 하고 싶다"민주당의 고민에도 김 변호사는 출마 의사가 확고함을 재차 밝혔다. 김 변호사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 의원이 의원총회에 들어가신 후 저에게 출마를 포기하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면서도 "2030세대 청년들에게 내 자리라도 내주고 싶다고 말씀하신 금태섭 의원님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며 여전히 강서갑 출마 의사를 접지 않았음을 시사했다.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한 김 변호사는 '조국백서추진위원회'에 필자로 이름을 올리며 조국 감싸기에 적극 나선 인물이다. 조국백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이 조국사태 당시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겠다며 집필하는 책이다. 조국백서 제작에는 방송인 김어준 씨와 최민희 전 의원 등이 각각 후원회장과 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한다. -
-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검찰개혁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금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공수처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정상윤 기자
앞서 김 변호사의 출마 소식을 접한 금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전 "우리 당을 위해 제가 막아내야 한다. 열심히 해서 (경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조국 전 장관 임명은 이미 지나간 일인데, 그걸 놓고 '조국 수호'가 이슈가 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자칫 유권자에게 저희가 하는 일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오만한 자세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진중권 "정치를 국민 상대로 사기치는 것으로 시작하면 곤란"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 의지에 여론도 비판적이다. 민주당 내에서 조 전 장관과 공수처법과 관련해 쓴소리를 해왔던 금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한 '자객공천'이라는 것이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을 겨눈 민주당의 자객공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8일에는 김 변호사를 향해 "조국의 대국민 사기극에 적극 가담하신 것으로 아는데, 정치생활을 국민 상대로 사기치는 것으로 시작하면 곤란하다"며 "김남국의 출마선언은 제2차 조국대전의 개시를 알리는 대국민 선전포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김 변호사 '자객공천'논란과 임미리 교수 고발 논란이 연이어 터져나오자 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초 민주당은 한 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기고한 임 교수를 고발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하했다. 하지만 고발을 주도했던 민주당 내 인사들과 지도부가 임 교수에게 사과하지 않아 여론이 더욱 악화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에 따른 반작용으로 되려 '민주당만 빼고'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곳곳에서 '반(反)민주당' 캠페인이 등장했다.연이은 악재에 민주당 내부는 곤혹… "조국 이슈 중심으로 총선은 필패"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총선에 나설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괜히 벌집을 건드려 상대에게 총선 구호만 만들어줬다"며 "금태섭 의원 같이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도 당에 있어야 당이 더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은 다 빼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느냐"며 탄식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에서 조국이라는 이름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면 이번 총선은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민주당의 한 예비후보도 "총선이 코앞인데 지도부가 핵심지지층의 의견만 보고 가면 어떻게 이기겠느냐"며 "현장에서는 모든 힘을 다해 뛰는데 중앙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니 지역에 가면 당원들이 '총선 말아먹으려느냐'고 내게 불만을 표시한다"고 탄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