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장기전 대비한 정면돌파” 강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장관급 2/3 교체
  • ▲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김정은과 그 일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김정은과 그 일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1월1일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연말연초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대적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제재를 감수하고 미국과 장기적 대결을 준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정책 지휘 김덕훈, 중앙위 부위원장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당 중앙위 부위원장, 부장(한국의 장관급) 등 70여 명에 대한 인사조치가 있었다. 인사대상자의 수는 지난해 4월 전원회의 때와 비슷했지만,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간부들이 대거 승진했다는 점이 다르다.

    김정은을 자주 수행하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을 지휘한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 또 당 중앙위 부위원장, 당 부장도 맡았다.

    2014년부터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김형준도 당 중앙위 부위원장, 당 부장에 임명됐다. 국제부장으로 추측된다. 김형준은 정치국 후보위원도 맡았다. 지금까지 김정은 옆에서 미북 비핵화 대화 등에 관해 조언했던 리수용은 일단 물러나고, 북한이 앞으로는 러시아·중국과 협력에 주력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돌격대를 이끌고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을 지휘한 김정관 인민무력성 부상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김정관은 노광철 후임으로, 새로 인민무력상(국방장관에 해당)에 임명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의 현장지도를 자주 수행했던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에 해당)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다.

    경제정책을 지휘했던 김덕훈 내각 부총리도 당 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올랐다. 김덕훈은 당 부장도 맡게 됐는데, 경제부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동당 부장 2/3가량 교체

    근로단체 담당 부장이었던 리일환도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됐다. 그 또한 당 부장 인사에 포함돼 이제 다른 부서의 부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 ▲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웃는 김정은. 이는 김정은이 대북제재를 피해나갈 우호 세력이 있기에 가능한 표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웃는 김정은. 이는 김정은이 대북제재를 피해나갈 우호 세력이 있기에 가능한 표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전원회의에서 리일환·리병철·김덕훈이 당 정치국 위원이 됐다. 이들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당 부장에도 임명됐다. 최휘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부일 인민보안상,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오일정 당 군사부장, 허철만, 리호림 등은 다른 부서의 부장이 됐다. 15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노동당 부장 가운데 3분의 2가 교체된 셈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 김여정은 그동안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았다. 이 자리는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던 리영식이 맡게 됐다. 이를 두고 국내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됐다는 것은 조직지도부에서 제1부부장을 맡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통일연구원 1~2월, 아산정책연구원은 3월 '고비'로 봐
     

    전문가들은 당 전체회의의 대대적 인사조치와, 김정은이 나흘 동안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했던 말을 토대로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중단하고 ‘결사항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장기전에 대비한 정면돌파”를 거듭 강조한 사실에 주목했다. 통일연구원은 2일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회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면돌파’였다”며 “장기전에 대비한 정면돌파란 한동안 제재 속에서 산다고 각오하고 대내적으로는 제재를 버틸 수 있는 경제역량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제재가 비인도적이라고 선전하면서 트럼프와 했던 핵실험 유예 약속 파기, 신형 전략무기 개발에 나섬으로써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상원 제출, 대북 협상팀 정비, 대선 레이스 등으로 인해 국내정치적으로 바쁜 2020년 1월부터 2월까지가 대미관계에서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거나,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실제 도발 가능성은 '한미 연합훈련' 이후인 3월로 예상

    반면 아산정책연구원은 같은 날 배포한 보고서에서 "북한 매체의 전원회의 결과 보도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대신한 데 불과하다"며 "전원회의 보도 내용은 과거의 '핵·경제 병진노선'과 차이가 없었는데, 이를 덮으려고 매우 자극적인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금후 미국의 입장을 봐가며 핵 억제력의 폭과 심도를 결정한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척했지만, 이는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속셈일 수 있다"면서 "북한은 1~2월에는 단거리미사일 등을 발사하고,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된 뒤인 3월 이후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김정은이 한국에 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국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간다고 남북관계가 풀리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아니오'라고 말할 정도의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