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첩보는 경찰 양식” 증언… “별동대 위험해서 겁난다” 주변에 두려움 호소
  • ▲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두고 1일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48)씨가 최근 동료들에게
    ▲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두고 1일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48)씨가 최근 동료들에게 "일이 정말 위험한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 조문 후 장례식장을 나서는 모습이다. ⓒ뉴시스
    청와대 하명(下命)수사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두고 1일 숨진 채 발견된 검찰수사관 A(48)씨가 최근 동료들에게 “민정수석실 고위관계자가 유재수 사건 수사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해온다”며 “일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조선일보가 3일 보도했다.

    A씨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파견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서 이른바 ‘별동대’로 활동한 뒤 지난 2월 검찰로 복귀했다. 이후 8월부터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와 그에 대한 감찰을 청와대가 무마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배치됐다. 감찰 무마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은 올 초까지 A씨 상관으로 있던 백건우 전 민정비서관이다.

    ‘유재수 수사팀’ 복귀 후 “정말 위험한 것 같다”

    신문에 따르면, A씨는 청와대 파견 초기 옛 검찰 동료 B씨에게 “새로운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순박하면서도 약간 공명심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초기엔 시쳇말로 약간 ‘업’된 상태였다”며 “이후엔 서로 바빠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A씨는 별동대 업무의 위험성을 느끼고 이를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 C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여러 차례 통화에서 “여기 정말 위험한 것 같다” “일하는 게 너무 위험해서 겁이 난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정무(政務)감각이 뛰어난 A씨가 본인이 하는 일에서 위험성을 감지하면서, 가급적 몸을 사렸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원우 별동대'는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며 ‘해결사’ 역할도 했다. 별동대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으로 내려가 당시 김기현 울신시장 측근들에 대한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A씨도 올 초 울산지검에 불려가 조사받았다.

    C씨는 “수사받고 나온 A씨가 '김기현 첩보를 봤는데, 경찰 양식이더라'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며 “그는 정보문건 생산을 담당했던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한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친문(親文)게이트 진상조사위 등에 따르면, A씨가 유재수 수사팀에 배치된 뒤 민정수석실 근무 시절 상관이었던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수시로 수사 진행상황을 캐물었다. A씨는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유재수 수사정보를 알 수 없는 다른 곳으로 인사(人事)가 났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펑펑 울면서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잘해 형사6부에 배치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른 전직 청와대 관계자 D씨는 “A씨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별다른 구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친정인 검찰마저 강하게 그를 수사하니 스스로 설 자리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