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론 한국당‧원유철 탓… "신당 창당으로 안철수계 끌어안기 위한 것" 분석도
  •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박성원 기자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박성원 기자
    지난 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우파 빅텐트’를 꺼내자 즉각 화답했던 바른미래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이 돌연 ‘선 긋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황교안-유승민 간 공감대를 형성했던 보수통합보다 ‘신당 창당’을 통한 독자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권은희·유의동 '변혁' 신당추진기획단장(각각 안철수계‧유승민계)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 통합은 없다”고 밝혔다. “유승민 '변혁' 대표는 개혁보수의 길을 지향점으로 삼아 뚜벅뚜벅 가고 있다. 유 대표의 보수 재건 노력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기자들이 ‘유 대표는 한국당과 보수통합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재차 질문하자 권 의원은 “한국당은 유승민 대표가 생각하는 보수통합의 길과 보수 재건의 길에 통합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 등 유승민 대표의 3대 요구사항을 한국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한국당 보수대통합추진단(가칭) 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이 임명된 데 대한 불만도 거론된다. 원 의원은 2015년 2월 유 의원과 원내대표-정책위 의장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사임하자 원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경선 없이 넘겨받았고, 조원진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기용했다. '변혁' 측에서는 원 의원이 친박계에 힘을 실어준 데 대해 아직까지 반감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보수통합과 관련한 한국당 내부 논의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당내 보수통합기구인 보수대통합추진단의 구성 및 활동 방향은 단장에 원 의원을 임명한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다. 오히려 황 대표와 원 단장은 ‘보수통합을 위해 한국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만큼 적극적이다. 

    때문에 보수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5일 만에 '변혁' 측에서 “통합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배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보수통합을 두고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미묘한 견해차를 견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계는 한국당의 보수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확인되거나 한국당이 유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통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반면 안철수계는 한국당과 통합할 수 없다는 방침이 확고하다고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유 대표가 당장 보수통합보다 안철수계를 끌어안으며 신당 창당에 집중하는 게 향후 총선-대선 행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