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 “식량도 돈도 없는 ‘절량세대’늘어… 평양 시민들도 김정은 비난"
  • ▲ '자력갱생' 구호를 들고 집회에 참가한 북한 주민들. 구호와 무관하게 최근 북한에서는 기아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력갱생' 구호를 들고 집회에 참가한 북한 주민들. 구호와 무관하게 최근 북한에서는 기아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북한 농촌지역에서 식량도, 돈도 없는 ‘절량세대’가 속출해 기아(飢餓)가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고 일본의 북한전문매체가 전했다. 평양시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자력갱생 대진군’을 외치자 “이제는 지겹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아시아프레스' “함경북도·양강도에 절량세대 발생”

    일본의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는 “최근 북한 농촌 일부지역에서 지난해 배급받은 식량이 바닥나고 식량을 살 돈도 없는, 일명 ‘절량세대’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심각한 기아 징후도 포착됐다”는 함경북도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소식통들은 함경북도 회령시 대덕리·원산리 일대의 협동농장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목격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만성화한 식량부족으로 매년 6월 전후로 ‘보릿고개’ 같은 식량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에는 4월 초부터 식량부족이 발생해 해당지역 농장관리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농장관리위원회는 ‘절량세대’에 휴가를 내주고는 식량을 빌리거나 약초·산나물 등을 캐 장마당에 내다 팔아 식량을 마련하라고 독촉하고 나섰다. 농장관리위원회로서도 예년에 비해 비축량이 대폭 줄어 ‘절량세대’에 직접 식량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식량부족은 함경북도뿐만 아니라 양강도에서도 발생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농민 10명 가운데 7명이 감자로 끼니를 때우는 농장도 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당국이 실제 농작물 생산량은 무시하고 농민들에게 과도하게 할당량을 강요해 매년 식량부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농촌조차 식량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또 ‘자력갱생’을 외치자 평양시민들마저 그를 비난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최고인민회의 내용이 알려진 뒤 주민들 사이에서 당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김정은이 최룡해를 격려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김정은이 최룡해를 격려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양시민들은 <노동신문>을 통해 최고인민회의에서 ‘자력갱생’ 이야기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뒤 “3대에 걸쳐, 수십 년 동안 같은 구호를 내놓으며 지겹지도 않은지 모르겠다”며 크게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써먹은 자력갱생, 지겹지도 않나”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를 되풀이해 외쳤지만 우리가 언제 진정한 자력갱생을 한 번이라도 이뤄본 적이 있느냐”고 반발하며 “자력갱생을 시도해볼 만한 부분도 없는데, 현실성 없는 구호만 되풀이한다”며 당국을 비판했다.

    소식통은 상당수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그나마 가동 중인 공장은 중국의 설비투자와 자재, 기술로 운영되고, 장마당에는 중국상품이 넘쳐나고, 시장에서는 북한돈 대신 '위안화'가 통용되는 현실에서 ‘자력갱생’은 말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자력갱생은 김일성 때부터 무려 50년 동안 써먹은, 현실성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도 ‘자력갱생’한다며 굶주렸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고난을 참아야 하는지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평양 소식통과 함경북도 소식통 모두 “<노동신문>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내용이 전해지자 새로운 경제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주민들은 크게 실망했고, 허탈감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 내부에서조차 김정은의 ‘자력갱생 대진군’ 정책에는 회의적이다. 김정은 정권이 당장 북쪽 국경지대부터 닥칠 식량난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의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은 최근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당국이 식량지원을 요청했다”면서 “지난해 북한에서 일어난 홍수와 폭염 때문에 올해 14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