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이상 누구나 참여하게 하고, 전문 배심원 추천은 비공개로… "꼼수 배심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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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의 '서울시 시민인권배심원'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투명한' 시민주도형 정책이 그 명분이지만 △20세 미만의 청소년이 참여한다는 점과, △전문가 배심원 추천을 비공개 형식으로 한다는 점 등 실행 방식에 대한 의혹 때문이다. "그간의 서울시 인권정책 편향 논란이 해당 정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시는 '시민인권배심원제' 제2기 배심원을 3일부터 21일까지 모집한다고 이날 밝혔다. '시민인권배심원제'란 서울시 인권센터에 신고돼 조사 중인 인권침해 사건을 시민들이 직접 평결하는 제도로 지난 2014년 서울시가 국내 인권 분야 최초로 도입한 정책이다. 일반 시민 150인, 전문가 50인 등 총 200명의 배심원단으로 운영된다. 시민배심원은 25개 자치구별·성별·연령별로 공개추첨을 통해 선정하는 반면, 전문가배심원은 인권분야 2년 이상 경력의 관련 학계·전문가·인권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50명을 선정한다.

    200명 중 시민 10명, 전문가 5명 무작위 추첨

    각 배심사건 마다 평결을 맡을 배심원은 전체 200명 중 일반 시민 10명·전문가 5명을 무작위 추첨해 결정한다. 지금껏 열린 시민인권배심회의는 총 13회다. 그간 배심원들이 평결에 참여한 주요 인권침해 사례들을 살펴보면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에 대한 보육지원 차별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급식 및 교육비 지원 차별 △퇴직자 보안서약서 작성 강요로 인한 인권침해 등이다.

    이중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급식 및 교육비 지원 차별' 안건은 2013년 10월 배심원 평결을 거쳐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의 '시정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지시로 2014년도 예산에 반영돼, 현재 '학교 밖 종합 지원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비인가 대안학교 등의 무상급식 및 교육비에 연 12억 7천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예산 현안을 따지는데 14세 청소년이 참여?

    '시민인권배심원제'는 서울시정 관련 인권침해 사건 중 파급력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안건들을 대상으로 시민이 직접 참여해 토론한 결과를 반영한다는 것이 취지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후보 시절 발표했던 '서울시민 권리선언' 등을 배경으로 제정된 서울시 인권기본조례를 그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논란은 그간 서울시 시민인권배심회의가 평결을 내린 사건 가운데 '무상급식', '보육지원' 등 지자체 예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평결효력이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의 결정을 기속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최대한 배심원단의 뜻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는 영향력이 적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외에 더 큰 문제점도 안고있다. '14세 이상'의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찬반 여부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회 현안과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다루기엔 미성숙한 연령대의 청소년들을 굳이 모집해야 할 이유가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 배심원 추천할 학계·시민단체는 비공개

    전문가배심원단의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정책의 문제점에 포함된다. 50명의 전문배심원단을 추천할 학계·시민단체가 어디인지는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작위 추첨'이라는 서울시의 정책 홍보 이면에 숨겨진 실제 선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반응은 '시민인권배심원' 제도를 홍보하고 있는 서울시 홈페이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일부 시민들은 "과연 14살 아이들이 (사회 현안을) 판단할 만큼 성숙한가요", "배심원들은 거수기가 아닙니다", "인민재판도 없고 14세 이상이 무슨 판단력이 있다고", "국가의 중차대한 일을 논의하면서 아이들을 이용하나",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어디냐"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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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콘돔 자판기'와 '성중립 화장실'

    이는 애당초 서울시가 지향하는 인권정책의 편향성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1차 서울시 인권정책(2013~2017) 기본계획에 이어 제2차 서울시 인권정책 기본계획(2018~2022)에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성평등' 주제가 담겼다. 그 어떤 성에 대한 차별도 없어야한다는 취지지만 실제로 서울시에서 개최된 행사들은 '동성애 옹호', '페미니즘 권장' 등 논란에 휩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청소년 콘돔 자판기'와 '성중립 화장실'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해 온 사회 반향을 몰고왔던 논란이다. 학교나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콘돔 자판기'를 시범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서울시는 성중립 화장실 도입도 추진했으나 반발에 막혀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권문화행사인 '모두를 위한 선언' 역시도 편향성 논란의 한 중심에 있다. 특강을 진행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등의 이력이 서울시 인권정책의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부분에서다. 홍성수 교수는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는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태도를, 권김현영 교수는 반동성애에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인사다.

    반동성애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의 서울시 인권정책 분위기로 미뤄봤을 때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특히 '인권'이라는 주제는 감성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시민배심원단의 선출 과정 역시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뿐더러, 이런 제도는 시민이 중우정치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중우정치에 시민 이용될 가능성 우려

    이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는 "배심원단이 시민인권보호관의 최종 결정을 강제하진 않는다"며 "전문가 배심원단의 경우 서울시 관련과에 추천을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체의 성향을 보고 추천받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14세 이상이라는 일반 배심원단의 선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14세는 민형사상 법적 책임이 가능하기에 그렇게 자격 요건을 묶어둔 것"이라며 "모집의 길을 열어두지만 실제 참가율은 극히 미미하다. 시민배심원단 제도가 시행된 후 10대 참가 인원은 10여명 안팎이다. 시민의 참여를 열어놓는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인권배심원단 신청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news.seoul.go.kr/gov/archives/50524)에서 가능하다. 무작위 추첨을 통한 선정 결과는 내년 1월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 및 개별통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