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 관광사업 정상화" 평양선언 2조 주목…돈 없는데 남한 자금 안들어와 짜증
  • ▲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의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시찰 모습.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의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시찰 모습. ⓒ연합뉴스
    19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은 삼지연군 관광단지 건설현장을 찾았다. 김정은은 여기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맹비난하는 한편 관계자들에게는 공사를 빨리 끝내라고 다그쳤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 김정은이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도 찾았다고 전했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은 김정은이 올해 여러 차례 찾은 곳이다. 김정은의 삼지연 건설현장 시찰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지난 7월 10일에는 심지연군 관광단지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8월 19일에도 삼지연군 관광단지 건설현장을 찾았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한 달 뒤인 5월 26일에 찾았다. 이날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외신들 앞에서 폭파하는 날이기도 했다. 김정은은 8월 17일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았다.

    김정은은 한여름에도 쉬지 않고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 등의 관광단지 건설현장들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위대한 인민사랑의 삼복철 강행군"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평양선언 2조 "남북, 금강산 관광사업 정상화"

    김정은이 이상하리만치 관광단지 건설현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9.19 평양공동선언문에 단초가 될 만한 부분이 보였다. 선언문 제2조 1항에는 “남과 북은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같은 조 2항에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올해 초부터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이 관광사업 육성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부족한 돈이 문제였다. 한국의 도움으로 평양공동선언문 제2조가 현실이 된다면 돈은 물론 자재까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건' 마련 안되는데 따른 초조감 표시

    문제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구절이다. 조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다. 제재 해제는 안 된다고 해도 남북경제협력을 국제사회로부터 '제재 예외'로 인정만 받는다면 금강산 관광과 삼지연군·원산갈마지구를 완공, 한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오랜 만에 관광단지 건설현장에 나타난 점, 이곳에서 완공 독촉과 함께 “적대 세력이 악랄하고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화를 낸 것은 자신의 계산과 달리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초조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찾아간 관광단지에서 “시설이 낡아빠졌다”거나 “왜 아직 개량이 안 되었냐”고 관계자들을 추궁한 것도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향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일 수 있다.

    보통의 한국 사람은 김정은이 화를 내던 짜증을 내던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김정은의 ‘심기’를 살피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북한에 퍼주기로 한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도 김정은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