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개혁의 과제들① 천문학적 재원 붓고도 노벨상 하나 없어… 평준화 획일화 교육이 문제
  • 공교육은 유럽에서 국민국가가 출현으로 개인적인 측면에서나 국가적인 측면에서나 국민의 자질향상을 위하여 보통의무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되면서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공교육은 원래의 의미로는 국가나 지방 교육 당국에 의하여 설립되어 운영 관리되는 학교 교육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 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육까지를 모두 공교육에 포함한다. 

    한국의 사립 고등학교는 교육 당국의 지휘, 통제에 따라 공립 고등학교와 같은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이 이루어지며, 수업료 일부를 학부모가 부담하는 것 말고는 공립 고등학교와 동일하다. 반면에 사교육이란 공교육기관인 학교 이외의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해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국가의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이루어지는 공교육은 장기적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내면적 발전에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나아가 인적자원의 질을 결정함으로써 국가 발전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의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지식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인재가 경제활동의 주역이 되어 국가를 경제적으로 지탱하게 한다. 이런 지식의 축적은 건실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의 공교육을 돌아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교실 붕괴라든가 사교육비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한국의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의 공교육은 학생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교사는 교육과정을 이끌어가는 데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무기력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학교가 학부모의 신뢰를 잃어 이중으로 사교육에 의존하게 하는 등 학교 교육의 경쟁력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한마디로 사교육만 못한 공교육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공교육에서 가르치고 있는 내용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근대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시민을 키운다는 목표보다 전근대적인 경제관, 역사관으로 학생을 퇴행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다. 또한 평준화에 따른 학력 저하와 공교육 운영의 자율성 문제, 그리고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을 못 하는 청년실업의 문제 등 공교육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 막대한 제원이 투입되는 공교육 … 그 결과는 '비참'

    공교육에 투자되는 재원은 막대하지만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드러난 지표를 보면 초라하다. 이웃 나라 일본이 벌써 20여 건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의 노벨상이 한국에서는 단 한 건도 없는 형편이다. 공교육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양성보다는 대학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이 되다 보니 스스로 연구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역량이 길러지지 않는 것이다. 

    공교육이 교육행정 계획에 따라 평준화되고 획일적이다 보니,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가 길러지지 않고 있으며, 수월성(秀越性)1)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현재의 공교육이 근대 국가의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교양, 사회윤리, 인성 등 인간의 내면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2)

    수월성은 제쳐두고라도, 한국의 산업 구조의 변화에 부응하는 다양한 인력을 공교육을 통해 배출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산업화 시기 1980년대를 돌이켜보면 대학을 나온 젊은이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서인지 대부분이 산업보국이라는 목표를 품고 크고 작은 기업체에 입사하여 일했다. 오늘날 대기업체의 일자리는 정체되고 산업구조가 서비스 산업으로 이행하면서 직업의 종류는 다양해졌지만,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증가한 대졸 청년들이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 결과, 대기업체와 공무원 시험에 수십 대 일의 경쟁을 한다는 것이 자주 방송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동시에 중소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요약하자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길러낸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공교육의 문제이며, 한국의 공교육에 커다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국가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공교육의 문제점

    이렇게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면, 차라리 여기 투자되는 막대한 재원은 국방이든 과학진흥이든 사회의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경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막연히 백년대계니 하면서 공교육을 성역시하여 국가자원을 계속 낭비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공교육의 개혁은 주로 공교육 현장에 나타나는 표면적인 증상에 대한 처방이 대부분이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공교육의 개혁은, 큰 틀을 그대로 둔 채 매년 이리저리 대학입시 제도를 손보는 미세 조정을 하며 흘러왔다. 그러나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공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개혁이 요구된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아래 다음 회에서는 공교육의 증상을, 상호 연관된 두 영역인 교육의 내용과 형식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내용 측면은 공교육의 이념과 목적, 그리고 여기서 도출되는 교육 콘텐트로서의 교과서 내용이 국가 이념과 부합하지 않는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과연 교육 내용이 국가의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이념과 목적, 그리고 그것에 부합하는 교과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매우 근본적인 것으로서, 국가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의 공교육이라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반국가적 교육을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둘째, 공교육의 형식 측면은 공교육을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 공교육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지속해 온 평준화 정책은 부모의 학교선택권, 학교의 학생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막고, 교육을 국가가 배급하는 국가 독점 체제로서, 교육에 있어서 그 소비자의 자율보다는 교육 당국의 일방적인 계획과 통제에 의한 교육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것이 가져오는 낭비와 비능률의 문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 두 가지 증상은 사실 하나의 원인으로 수렴한다. 즉 좌파적 가치가 공교육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결론에서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간략히 제시할 것이다.

    각주

    1) ‘수월성(秀越性)’ 교육이란 탁월한 재능을 지닌 학생은 그 능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학생들도 각자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교육계에서 상용하는 말이다. 

    2) 한국사회가 거짓말 범죄의 인구당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거짓말사범”이라 할 수 있는 위증, 무고, 사기사범의 발생율은 인구 대비 위증이 일본의 671배, 사기는 17배, 무고는 4151배로 일본에 비하여 극히 높은 편이다. 2013-12-01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