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트루스포럼 “사건 왜곡한 대자보 보고, 반박 대자보 붙여”
  •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교내에 '제주 4.3'과 관련된 대자보들이 붙어있다. 4.3사건을 미화한 대형 대자보 옆에 A4용지 2장 분량의 반박 대자보가 게재된 모습. ⓒ 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교내에 '제주 4.3'과 관련된 대자보들이 붙어있다. 4.3사건을 미화한 대형 대자보 옆에 A4용지 2장 분량의 반박 대자보가 게재된 모습. ⓒ 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제주4.3 사건의 실체를 “대한민국 전복을 위한 공산 폭동”이라고 정의한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앞두고 실시된 5.10 총선거 방해를 목적으로, 박헌영 등이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조직을 동원해 일으킨 이 사건은, 진압과정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우리 현대사의 비극 가운데 하나다.

    좌파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경찰의 과잉 진압을 문제 삼으면서 ‘억울한 양민 학살’이란 주장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상당수 언론 역시 이런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제주 4.3사건을 경찰에 의한 양민 학살로 규정짓는 흐름이 강하다.

    그러나 우파 시민단체와 학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특히 제주4.3 정립유족회와 학계에서는 ‘김일성의 사주를 받은 남로당 세력이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하기 위해 계획한 폭동’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당시 생존자의 증언과 재판기록, 수사기록, 언론보도, 백서 등을 통해, 제주4.3 평화공원 안에 설치된 ‘불량 위패’의 철거도 요구하고 있다. 양민과 경찰을 학살한 남로당 폭도가 버젓이 희생자로 둔갑해 평화공원에 안치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결국 좌파는 양민 학살의 주범으로 경찰을, 우파는 남도당 등 폭도를 각각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성격과 발생원인, 책임자 규명 등을 놓고 극과 극의 시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대학가에 ‘제주 4.3은 대한민국 전복을 위한 공산폭동’이란 내용의 대자보가 붙은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 대자보는 서울 숙명여대 교내에 걸렸다.

    이 대자보는 대학생 단체 ‘트루스포럼’이 작성했다. 숙명여대 트루스포럼은 제주 4.3사건을 공산 폭동으로 보는 근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CNN 인터뷰, 남로당 제주 대정면 당위원장 이운방의 발언, 4.3 폭동 주동자들이 ‘제주인민해방군’임을 자처하면서 인공기를 흔들고 살인 및 약탈을 자행한 사실 등을 제시했다.

    숙영여대 트루스포럼은 “폭동 진압 과정에서 양민의 무고한 희생이 있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왜 그런 진압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원인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루스포럼은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 대결이 여전히 존재하는 작금에 또다시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제주 4.3을 항쟁으로 미화하는 일부 세력은 더 이상의 기만을 멈춰야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트루스포럼 관계자는 “제주4.3 사건의 원인 및 과정을 왜곡해 이 사건을 항쟁으로 미화한 대자보를 발견하고, 진실을 알리고자 반박 대자보를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4.3 대자보는 원래 계획에 없었다. 교내 게시판을 보던 중 4.3사건의 내용을 왜곡한 대자보를 발견했다. 해당 대자보에는 4.3의 원인이 된 공산당의 폭동과 반란, 그들의 잔혹한 만행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숙명여대 트루스포럼에 따르면, 최근 이 학교 교내 게시판에는 <1948년 겨울, 제주는 짙은 죽음의 땅이었다>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가 게재됐다. 대자보 작성자는 “군경의 총알이 3만명의 생을 절멸시키던 그 시간”, “불의에 항거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승하는 70년의 기억 투쟁” 등의 표현을 써 제주4.3을 이른바 ‘민중 항쟁’으로 묘사했다.

    숙대 트루스포럼은 반박 대자보를 통해 “제주4.3은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의 대한민국 건국 반대 폭동이자,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의 피해가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라고 정의 내렸다. 트루스포럼 측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공산당의 폭동을 어째서 항쟁이라 주장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남파간첩, 인민군 사단장, 폭도 사령관 등 폭동에 책임이 있는 주동자들은 결코 4.3의 희생자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루스포럼(Truth Forum)은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서울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만든 대학생단체다. 좌파의 선동적 대자보에 저항해 반박 대자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6개 대학에 트루스포럼이 만들어졌다.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위원장 김달삼이 350여명의 무장 폭도를 이끌고, 새벽 2시쯤 제주경찰서 등 관공서 12곳을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폭도들은 경찰관 가족과 양민을 잔인하게 살해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희생자’로 신분이 바뀌어, 지금도 제주4.3 평화공원에 위패가 안치돼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미군정의 억압과 경찰의 남로당 과잉탄압에 대한 도민의 저항이며,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으로 사건을 미화했다.

    반면 제주도지사를 지낸 신구범 4.3진실연대 상임대표는 지난 2월 “도대체 어느 나라에 건국을 저지하는 폭력적 민중항쟁의 역사가 있고, 폭동을 진압한 군인과 경찰을 학살자로 만든 나라가 있느냐”며, 사건을 객관적 기준에서 다시 볼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