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건보공단 이사장에 김용익 前 의원… 알고보니 '文 케어 설계자'
  • ▲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케어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3만여 명의 의사들이 운집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케어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3만여 명의 의사들이 운집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대(對)정부 투쟁이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논란과 관련해 의료계와 실무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제시한 △비급여 급여화 △수가 정상화 △심평원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등 4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주 2회 정기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당장 다음주부터 △심사실명제·심평원 문제(1월 2일) △저(低)수가 문제(1월 5일)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협의한 다음날인 28일,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주도한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용익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의 틀을 마련했고, 정책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의약분업'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사실상 청와대가 의료계와 협의를 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대집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내정은 대단히 잘못된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과거 의약분업을 졸속 설계해서 의사들을 부당이득 취하는 집단으로 사회·언론에서 매도 당하게 만들었다. 의약분업 탓에 돈만 많이 들고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말이 많다. 이제라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 제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무상의료, 비급여 전면 급여화 모두 김용익 이사장의 작품이다. 건보공단 이사장은 정책 입안자가 아니라 관리직이지만, 그에게 의료정책을 배운 제자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정책 입안이 가능한) 현직에 포진해 있고 정부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조만간 단체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김용익 이사장이 버티고 있는 한, '문재인 케어'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온도차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내년 1월 28일에는 1,000여 명의 의사가 운집하는 대(對)정부 투쟁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예정돼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주요 안건은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기 어렵지만,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정부가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강행했을 때 우리는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꺼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0일 비대위는 광화문에서 '문재인 케어'를 규탄하는 대(對)정부 투쟁을 벌였다. 이후 27일 의료계·정부 간 대화의 물꼬가 텄다는 기대감도 잠시, 김용익 이사장 내정과 함께 상황이 급속 냉각되며 3년 전 집단 휴진 사태 우려가 불거졌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원격진료제를 포함한 의료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의협은 즉각 반발, 2014년 3월 집단휴진을 시도했다. 당시 공정위는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재판부는 "의료서비스 제한이나 휴진 강제 없었다"며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리며 의협의 손을 들어줬다.

    최악의 경우 도래할 수 있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가능성에 대해 최대집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해당 문제는 실정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우선 의사들의 직업적 책무가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이니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와 협상이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의료계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 9일 문재인 정부는 미용·성형 외 3,800여개의 의학 비급여 항목을 2022년까지 국민건강보험에 단계적 포함시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이에 전국의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는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강력 규탄하며 대(對)정부 투쟁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