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文 안보관 이야기 안하겠다"지만… 의도된 꾸지람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8일 오후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의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부친은 이 작전을 통해 월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8일 오후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의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부친은 이 작전을 통해 월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때로는 백 마디 말로 꾸짖는 것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죄인을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8일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의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찾았다.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기적의 배' 메리디스 빅토리 호와 관련한 설명을 들은 유승민 의원은 큰 감명을 받은 듯 몇 번이고 함명을 되뇌였다.

    그러더니 유승민 의원은 해설사에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아버님도 1·4 후퇴 때 이 배로 오셨느냐"고 물었다. 해설사가 "당시 193척이 (난민 철수 작전에) 투입됐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배로 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하자, "그 때 오셨다는 거죠?"라고 재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의원은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가 거제에서 태어난 것에 부모의 그런 사연이 있다고 하니 가슴이 짠하다"면서도 "여기 와서 내가 문재인 대표의 안보관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을 아꼈다.

    비록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희한한 안보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작심하고 문재인 전 대표를 꾸짖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전에 거제에는 여러 번 왔는데, 여기는 처음"이라며 발걸음을 한 것이나, 굳이 문재인 전 대표의 부친 이야기를 먼저 꺼내든 것에서 그러한 뜻이 읽힌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공언했다.

    부친이 미국의 도움으로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월남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그걸 은혜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수치로 느끼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래서 철수하기 전인 북한의 흥남으로 아들 대에서 다시 거슬러 올라가기라도 하겠다는 것일까. 

    미국 민군(民軍)의 전폭적인 협조로 이뤄진 흥남철수작전이 없었다면,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지난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첫 번째 방미에서 "53년 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다르지 않은 신세였을 것이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8일 오후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의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살펴본 직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8일 오후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의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살펴본 직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사람으로서의 인권이 철저히 부정되는 정치범수용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에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됐다. 그런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결의안과 관련해 북한에 물어봐 기권 결정을 했다는 이른바 '대북결재의혹'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을 매양 강조하는 문재인 전 대표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이기에 앞서, 모든 사람들이 "먼저 사람"으로서 대우받는 게 전제다. 그러한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 곳, 인권의 암흑천지 북한에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 김정은에게 인사하겠다는 게 문재인 전 대표다.

    "사람이 먼저"라는 발상을 문재인 전 대표가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든 사람들이 사람으로서의 인권을 존중받고 대우받는 이곳 자유민주주의의 땅,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방문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이 점을 준렬히 꾸짖은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불안한 안보관은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그를 자유의 땅에서 태어나게끔 인도했던 혈맹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월남한 피난민들을 전심전력으로 도왔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둘러보다가 해설사가 "5개 마을을 소개(疏開)해서 조성된 수용소에는 포로만 수용했을 뿐 난민은 없었다"고 하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며 "그럼 피난민은 배에서 내리셔가지고 어찌됐나"라고 물었다.

    이에 해설사가 "집집마다 거처를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수용했다"며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 시대에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내준 것"이라고 답하자, 유승민 의원은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함경남도민회에서 유적공원 내에 세운 거제시민은덕비를 바라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부친을 포함한 피난민들을 가득 태운 배들은 흥남을 떠나 부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넘쳐나는 난민으로 아수라장이던 부산항에서는 입항을 거부했다. 입항을 거부당한 배들은 정처없이 떠돌 뻔 하다가 거제 장승포에서 가까스로 입항을 허가받고 난민들을 내렸다.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문재인 전 대표의 부친에게 당시의 거제시민들은 자신들의 마을이 소개당하는 고초를 겪는 와중에서도 밥과 잠자리를 아낌없이 베풀어줬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태어나서 무럭무럭 클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혈맹국과 우리 국민의 은덕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러한 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사람이 먼저다"를 강조하기에 앞서,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을 말없이 행동으로 깨우쳐줬다는 점에서, 이날 유승민 의원의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방문은 참으로 의미심장했다는 지적이다.